미래에셋은퇴연구소 “한국 가계, 인컴투자ㆍ해외자산 늘려야”
“고령화ㆍ저성장이 고착화한 우리 가계는 과거 20년간 일본 가계가 겪은 유사한 경제사회적 흐름을 따르고 있다. 우리 가계도 일본을 거울삼아 어려움에 직면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산 구성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일본의 자산관리 시장은 고령사회에 진입했던 1994년 이후 10년 이상 저수익의 늪에 빠져 있었다. 주식ㆍ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를 겪으면서 가계들은 자산 절반을 연간 금리가 1%도 안 되는 예금에 납입하며 자산운용 실패를 자초했다. 한국 가계는 20년 전 일본과 꼭 닮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면서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주요 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도 약화하는 추세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5일 일본의 ‘과거 20년’이 주는 교훈을 주제로 은퇴리포트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과거 20년간 일본 가계의 자산 구성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거울 삼아 한국 가계의 향후 20년간 자산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주식ㆍ부동산 시장 침체, 제로금리 등 자산 시장의 3저(低) 현상을 맞이했다. 일본 기업의 매출은 2000년대 들어서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고, 부동산도 6대 도시(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교토, 오사카, 고베) 주요 상업지역의 지가가 버블 붕괴 이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7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기업의 신규 투자 위축은 ‘자금 수요 감소-시장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초저금리 환경을 고착화했다.
연구소는 당시 일본 가계에 대해 “저수익의 예금자산 의존도를 낮추지 못했고 금융투자자산, 해외자산에 초점을 둔 자산구성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예금이나 연금 위주의 안전자산 비중이 일본 가계 금융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가계는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왔다는 지적이다. 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매우 낮은 데다 버블 붕괴 이후 주식이나 부동산 등 국내 투자자산도 장기간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면서 가계가 투자에 대한 신뢰를 잃었던 것이 적극적인 자산운용에 장애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면서 성장동력이 사라지는 추세다. 2020년대를 기점으로 현재 50~60대의 은퇴가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부동산에 치우쳐 있고 금융자산을 통한 은퇴 준비는 일본보다도 더 취약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일본의 전철을 따르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배당소득이나 임대소득 등 당장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인컴(Income) 투자’를 늘리고 해외 투자 시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금 금리가 1% 미만에 머무르는 반면 주식의 실질배당수익률은 1.5~2.5% 수준을 유지하는 수익률 역전 현상이 일본에 이어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주식 시장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성장성을 찾을 필요도 있다. 박 위원은 “우리 가계의 투자 성향은 과거 일본만큼이나 보수적”이라며 “과거 지지부진했던 일본의 자산 성장 속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자산 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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