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조원 넘는 이자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강화된 충당금 규제에도 이자이익 급증으로 관련 비용을 모두 상쇄하며 막대한 순이익을 낸 셈이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잠정 저축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8,5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218억원)에 견줘 3.6%(295억원) 증가한 수치로, 1~9월 기준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당국은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4월부터 강화된 충당금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금리 대출엔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해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대출을 덜 취급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규제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충당금 기준 강화로 저축은행의 1~9월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9,7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9억원(25.9%) 급증했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도 21.8%(2,022억원) 줄었다.
그럼에도 저축은행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충당금 비용을 비롯한 영업손실을 가뿐히 상쇄할 만큼 상당한 이자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저축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3조9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7,345억원)보다 13.3% 급증했다. 최근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 따른 풍선효과로 저축은행에 대출수요가 몰린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 경기회복 지연 등 불안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단행된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권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하면 취약차주가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금감원은 조만간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고금리 대출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출금리 산정체계 모범규준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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