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은행에서 돈 찾을 수 있어요!”
“예전에 농협에서 돈 차즈면 여직원이 써주어서 차젓다. 한글교실에서 출금전표 쓰는 방법을 배워다. 추석을 맛이하여 처음으로 돈 사십만원을 차젓다. 손자도 주고 손녀도 주고 나도 쓰고 햇다. 기분이 정말조하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한글교실에 다니는 이우영(81) ‘학생’이 안동시 문해(文解)시화전에 출품한 ‘출금전표’라는 제목의 작품 중 한 대목이다. 맞춤법이 틀린 곳도 제법 눈에 띄지만, 이 할머니가 80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오다 한글을 깨친 감동의 순간이 잘 나타나 있다.
평생 한글조차 모른 채 살아오다 뒤늦게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이 쓴 시화 그림을 선보이는 시화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어머니의 시간을 주제로 한 시화전은 14일까지 안동시청 로비에서 열린다. 안동시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을 수료한 어르신들의 작품 40여 점을 전시 중이다.
남현수(49ㆍ안동시 안기동)씨는 “작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감동의 전시회”라고 말했다.
안동시는 시화전과 함께 시집도 발간했다. 수료생들의 작품 120여 점을 엄선해 시집에 담았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지난달 열린 한글교실 수료식에서 “어르신들의 문해 교육은 작지만 감동을 주는 시책이고 진정한 평생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 예산 확대와 비문해자 해소를 위한 문해 교육 사업의 지속적인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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