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전관예우(퇴직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판결ㆍ결정을 내리는 것) 관행을 없애기 위해, 퇴직 법관이 변호사를 개업한 후 수임이 제한된 사건을 맡을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재판부와 변호사가 연고관계를 의무적으로 진술하도록 하는 대책도 나왔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4일 대법원에서 1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담은 건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사법발전위는 건의문에서 “수임제한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 등 제재규정을 강화함으로써 관련 규정이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 퇴직 시 변호사로서 수임할 수 없는 수임제한 사건의 범위와 수임제한 기간을 확대ㆍ연장하고, 수임자료 제출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변호사법에는 법관이나 검사 등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는 퇴직 1년 전 근무지에서 취급한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나 정직 등의 처분을 내릴 수는 있지만, 형사처벌은 불가능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위원회는 또한 재판부와 소송대리인이 연고관계가 있다면 그 사실을 자진해서 알리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위원회는 “재판부 및 소송대리인의 연고관계 진술의무와 상대방 당사자의 이의신청권 보장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현행 연고관계 재배당 제도의 보완 및 확대 등을 통해 재판부 구성에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관변호사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정원 외 원로법관’ 제도를 도입하고, 법관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등 평생법관제를 정착시킬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도 제시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중립적 감독기구인 법조윤리협의회의 구성을 더욱 다양화하고 조사권한을 실질화하는 등 권한과 기능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전관예우비리신고센터와 법조브로커신고센터를 설치하라는 제안도 내놨다.
위원회는 “법원과 검찰, 변호사단체 등 법조기관은 전관예우와 연고주의 문화가 사법불신의 가장 큰 원인임을 직시하고 근절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강구해 새 법조문화 정착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 위상을 강화하라는 권고도 의결됐다. 위원회는 “법관 독립 보장과 사법부 내부 민주화를 위해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각급 법원 판사회의 위상을 기존의 자문기구에서 심의ㆍ의결기구로 강화하고, 그 구성과 권한을 명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를 끝으로 사법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사법발전위는 공식활동을 마무리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 건의문을 검토한 후 관련 후속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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