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먹거리로 소비자 유혹
군대 급식 햄버거 ‘군대리아’, 와인이 섞인 맥주, 어묵 국물…. 편의점이 이색 식품에 빠졌다.
근접 출점 거리 제한이 18년 만에 부활하는 등 점포 수 확대에 제동이 걸린 편의점 업계가 도시락이나 컵라면, 음료 등 일반적 식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색 식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끌기에 나서고 있다.
4일 편의점 CU(씨유)는 군대 음식으로 유명한 급식용 햄버거 ‘군대리아’를 모티브로 만든 ‘군대버거’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군대리아는 군대에서 주로 주말에 제공되는 급식 메뉴로 직접 빵에 딸기잼을 발라 고기 패티, 채소 샐러드 등을 넣어 먹는 햄버거를 말한다. TV 군부대 체험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일반 대중에도 널리 알려졌다.
CU 관계자는 “편의점 햄버거 주 소비층의 문화 코드를 반영해 개발한 상품”이라며 “군대리아의 특징을 살려 딸기잼과 불고기 패티, 케첩과 마요네즈로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를 넣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CU가 올 1~11월 자사 점포의 햄버거 매출을 성ㆍ연령별로 조사한 결과 남성이 65.6%로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았고 20, 30대 비중이 60%에 달했다.
미니스톱도 이날 ‘와인맥주’를 업계 단독으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미니스톱이 출시한 ‘일리걸 와인비어’는 단순히 맥주에 와인을 섞은 칵테일 주류가 아니라 양조 과정에서 백포도주용 품종인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을 추가해 발효시킨 이색 맥주다. 김재선 미니스톱 주류ㆍ음료팀 상품기획자(MD)는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을 구매하는 고객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맥주 족과 와인 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와인맥주를 선보인다”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주류가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죠스푸드가 선보여 온라인에서 화제를 일으킨 티백 제품 ‘어묵티’를 컵 제품으로 출시했다. 어묵 국물을 커피처럼 이동하며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인데 편의점 가운데선 세븐일레븐이 죠스푸드와 손잡고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혼술ㆍ홈술족’을 겨냥해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김치전’을 내놓은 데 이어 감자전, 부추전도 출시하기로 했다.
편의점 업체들이 이처럼 단독 이색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건 업계 내 경쟁이 점포 수에서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라면이나 음료, 비빔밥도 기존 인기 제품뿐 아니라 단독 이색 상품을 함께 배치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과거엔 소비자가 가까운 편의점을 찾아갔다면 이제는 자신이 선호하는 상품이 있는 편의점을 찾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올 초 젤리 아이스드링크 ‘젤리몬스터 깔라만시’와 젤리몬스터 트로피컬’, 팔도와 함께 개발한 식혜 맛 빙과류 ‘비락 식혜바’를 선보였다. GS25는 얼려 먹는 과자인 ‘유어스 바닐라아이스크림맛 팝콘’을 출시했고, 세븐일레븐은 팬케이크 위에 녹차크림을 얹은 디저트 제품 ‘수제오믈렛녹차’를 내놓았다. 모두 SNS에서 화제를 모은 제품들이다.
편의점 업계는 단독 이색 상품이 매출 증대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독특한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 다른 상품 구매로 이어져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CU 관계자는 “독특한 편의점 상품은 TV 광고를 하지 않아도 SNS 등을 타고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면서 홍보가 된다”며 “단독 이색 제품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전체 점포 매출까지 늘리는 효과가 있어 차별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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