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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세대 간 매개체는 배우의 사회적 역할”

입력
2018.12.05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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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가부도의 날’ 배우 유아인 

 “IMF 모르는 젊은층 이입 도울 것” 

배우 유아인은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많아지는 시점에 경제 위기를 직접적으로 다룬 ‘국가부도의 날’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지금 우리 이야기로 느껴지도록 관객과 공감대를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UAA 제공
배우 유아인은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많아지는 시점에 경제 위기를 직접적으로 다룬 ‘국가부도의 날’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지금 우리 이야기로 느껴지도록 관객과 공감대를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UAA 제공

“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저 혼자 만든 게 아니에요. 저의 성분과 신념이 녹아 있지만 저를 지켜보는 분들의 의지도 반영돼 있어요. 그러니 이 캐릭터를 함부로 쓰면 안 될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배우 유아인(32)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선택한 이유는 이 이야기로 충분히 설명됐다. 1997년 IMF 사태를 21년이 흐른 2018년 관객 앞에 꺼내 놓기 위해 그는 자신의 쓰임새를 ‘매개체’로 정의했다. 경제 위기에 투자해 인생역전을 이룬 전직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하며 “당시 상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요즘 젊은 세대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며 영화에 이입하도록 돕는 역할”이기를 자청했다. 주변부 인물이라는 것도, 비중이 작다는 것도, 그에겐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모든 가치가 물질로 치환되는 시대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에 앞서 영상 자료를 찾아보며 1997년 시대 분위기를 몸에 입혔고,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윤정학의 이미지를 구상했다. “인물의 힘 자체가 곧 전달력이 되는 작품이라고 봤어요. 제가 가진 에너지를 가져가되 인간적 층위가 풍성하고 깊이 있는 인물로 새롭게 창조해야 했어요. 상업영화에 안에서 나름대로 성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자부합니다.”

‘성실’은 그가 이 영화에서 찾은 새로운 화두다. 김혜수와 허준호 등 선배 배우들이 보여준 ‘격이 다른 연기’가 성실함에서 나왔다는 깨달음을 그는 거듭 되새겼다. “저는 10대에 데뷔해서 많이 소비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대중에게 식상해지지 않았을까 고민도 했죠.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선배들을 보면서 제 앞길까지 내다보게 됐어요. 저처럼 10대에 연기를 시작해 오랜 시간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늘 새롭게 대중과 호흡하는 김혜수 선배처럼요. 과거엔 언제 떠나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해 왔지만, 앞으로는 매 순간 성실함과 진정성을 갖고 연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국가 경제 위기를 직감하고 달러와 부동산을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거둔 전직 금융맨 윤정학은 IMF 시대가 감춘 보편적 욕망을 대변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가 경제 위기를 직감하고 달러와 부동산을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거둔 전직 금융맨 윤정학은 IMF 시대가 감춘 보편적 욕망을 대변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청춘의 오늘을 대변하며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 온 유아인이 윗세대를 바라보며 비로소 세대간 소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그가 매개체가 돼 이루고 싶은 목표도 IMF를 겪은 기성 세대와 요즘 젊은 세대가 서로 마주보는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다. 유아인은 “삶과 일, 돈,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을 대하는 자세가 변하면서 나 자신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유아인의 역할은 꼰대와 싸우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영화 ‘버닝’과 ‘국가부도의 날’을 거치면서 연기의 ‘이응자’도 몰랐다는 걸 알게 됐고, 어느 순간 내가 꼰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각성이 찾아왔어요. 제 눈에 다음세대가 보이기 시작해서인 것 같아요.”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베테랑’과 ‘사도’(2015)로 최절정 인기를 누리면서 “관객이 보여준 신뢰와 기대에 책임감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세대만이 아닌 전 세대에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야 한다”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유아인의 소통 행보는 TV에서도 이어진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과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꾸린다. “기성세대를 이해하고 다음세대를 연결하는 매개가 되는 것. 배우의 사회적 역할이자 자신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일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의미를 찾기 위해 안전보다 도전을 택하고 편안보다 혁신을 추구하겠지만, 그런 지향이 저 자신에게만 매몰돼 있지는 않을 겁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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