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불수능’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작년보다 무려 16점이나 치솟은 150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국어영역의 표준점수가 150점대를 찍은 것은 수능이 현재 선택형, 표준점수 체제로 바뀐 2005학년도 수능 이후 처음이다.
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9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나타낸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올라가고 반대면 하락하기 때문에, 표준점수 최고점이 크게 올랐다는 것은 시험이 상당히 어려웠다는 뜻이다. 작년 수능 당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 지난 6월 모의평가 때는 140점, 9월 모의평가 때는 129점이었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도 작년(3,214명)에 비해 148명으로 급감했다. 수능 개편 이래 가장 적은 수치로 올해 국어 시험을 치른 수험생(52만8,595명)의 0.027%에 불과하다.
특히 국어의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2점으로, 전년도 최고점과 1등급 표준점수가 6점 간격이었다면 이번에는 18점까지 벌어져 ‘같은 1등급’이라도 대학별 반영 방법에 따라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어 점수의 변별력이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예를 들어 두 명의 수험생이 각각 국어와 수학을 다 맞았다고 해도, 국어는 최고점이 150점, 수학(나형)은 139점으로 11점이 차이 나기 때문에 국어를 못 봤으면 만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국어 영역, 특히 수능 직후부터 논란을 부른 국어 31번 문항에 대한 평가원의 해명이 이어졌다.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31번은 EBS 연계 문항으로 출제진은 미리 노출된 것이기 때문에 익숙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1번만이 국어를 어렵게 만든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임 대표는 “31번과 같은 한 문항으로 이렇게 난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며 “평소 수험생들이 쉽게 여겼던 화법과 작문 등 전 문항에서 고루 어려웠던 결과”라고 꼬집었다. 31번은 서양과 동양의 천문 이론을 다룬 철학적 내용의 지문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유인력 개념과 관련된 제시문을 해석해야 하는 문제였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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