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들 “폐기를” 단식투쟁… 복지위 폐기했지만 오 의원 요구로 다시 계류
노인을 돌보는 민간 장기요양기관들의 재무ㆍ회계 기준을 완화하자는 일명 ‘오제세법’이 국회서 폐기될 뻔하다 다시 계류됐다. 법안 폐기를 요구하며 단식농성까지 해 온 요양보호사들은 요양기관의 비리를 막기 위해선 회계 투명성이 강화돼야 하는 만큼 개정안이 ‘개악’이라고 주장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4일 법안 폐기를 결정했으나, 오후에 번복하는 바람에 논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말았다.
복지위는 이날 오전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민간이 자기 자본으로 설치한 장기요양기관은 재무ㆍ회계 기준을 완화해 상법을 따르도록 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ㆍ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오제세법)’의 폐기를 의결했으나 오후 들어 다시 계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법안소위 위원들은 (오제세법) 폐기로 의결했는데,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쪽에서 계속 심사로 남겨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 변경됐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돼 왔다. 올해 5월부터 민간재가요양기관도 보건복지부가 정한 재무ㆍ회계 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 기준을 완화해 상법에 따른 회계 원칙을 준수하도록 법을 다시 개정하자는 게 골자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고 민간이 설치ㆍ운영한 시설인데 복지부가 마련한 회계기준을 따르라는 것은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는 이유다.
오 의원은 “(회계기준을 따르면) 보상이 안 나온다는 게 재가요양기관장들의 주장"이라며 "개인이 투자한 부분에 대한 대가(이윤)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법안을 발의한 취지인 만큼, 법안을 재논의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사립유치원의 회계를 강화하는 이른바 ‘박용진 3법’도 비슷한 이유로 비판한 적 있다.
이에 대해 요양보호사들이 모인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측은 민주당 측에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다. 현재 재무ㆍ회계규칙은 요양기관에게 지급하는 요양급여 중 인건비 지출 비율을 정해 의무화하고 있는데, 오제세법이 통과되면 기관들이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얼마나 주었는지 보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민간요양기관도 설립만 민간이 했을 뿐 운영은 국민이 내는 장기요양보험료로 이뤄진다”며 “여전히 요양보호사의 노동시간을 거짓으로 꾸미고 임금을 착복해 이윤을 남기고 있는데, 회계 투명성이 강화돼야 요양보호사들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고 요양서비스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오제세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요양기관의 방만운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최소한의 재무ㆍ회계 규칙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1~8월 사이 재가장기요양기관 373곳을 현지조사한 결과 94.6%(353곳)가 부당청구한 사실이 적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요양기관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수급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인데 이를 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재가요양기관들이 처음 회계 보고를 해 애로사항이 많다면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교육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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