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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전 보상했으니 땅 내 놔” 농어촌공사 황당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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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전 보상했으니 땅 내 놔” 농어촌공사 황당소송

입력
2018.1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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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매수 새 주인 날벼락… 소 제기 공사, 1심 패소하자 즉각 항소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호리 용연저수지 옆에 땅을 소유한 김도희(47)씨가 비탈진 이웃의 땅을 가리키며 저수지 때문에 과거 일부 사라졌던 자신의 땅 모양을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63년 전 저수지 축조 당시 보상금이 지급됐다'며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당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호리 용연저수지 옆에 땅을 소유한 김도희(47)씨가 비탈진 이웃의 땅을 가리키며 저수지 때문에 과거 일부 사라졌던 자신의 땅 모양을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63년 전 저수지 축조 당시 보상금이 지급됐다'며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당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호리 용연저수지 인근. 김도희(47)씨는 2년 전 새 집을 짓기 위해 전 주인으로부터 땅을 산 뒤 포항시에 건축허가를 받고 집짓기에 나섰다가 1년 넘게 시달리고 있다. 자기 땅과 맞붙은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가 “63년 전 (저수지 편입으로)땅값을 보상했으니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1심에서 이겼지만 공사 측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집 짓기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소송비용에다 준비하느라 뺏긴 시간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김씨가 문제의 땅을 매입한 것은 2016년 12월. 용연저수지 근처 6필지, 3,976㎡를 지인과 공동으로 6억2,000만원에 샀다. 건물을 지으려 건축사와 의논하던 중 자신의 땅 20% 이상이 저수지 때문에 쓸려 내려가 언덕처럼 변한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농어촌공사에 옹벽 설치 등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되레 ‘땅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농어촌공사는 “63년 전 저수지를 축조할 때 김씨의 땅에 보상금을 지급한 만큼 등기를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 근거는 1955년 5월 저수지 건설 과정에 당시 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내부 정산서 뿐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농어촌공사는 포항 북구청과 김씨를 상대로 건축신고필증 교부처분 취소소송도 냈다. 동시에 김씨가 더 이상의 토지 유실을 막으려고 옹벽공사에 나서자 이마저 못하게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총 6건의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한국농어촌공사가 김도희씨 땅을 '63년 전에 보상했다'며 공사 소유로 주장하며 법원에 근거 서류로 제출한 내부 지출 정산서.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인 농어촌공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한국농어촌공사가 김도희씨 땅을 '63년 전에 보상했다'며 공사 소유로 주장하며 법원에 근거 서류로 제출한 내부 지출 정산서.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인 농어촌공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1년여 고생 끝에 김씨는 지난 7월 24일, 1심에서 승소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원고인 농어촌공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이같이 판결했다. 또 농어촌공사가 낸 건축허가 취소 소송은 각하,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 결정이 났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항소하면서 김씨는 지루한 법정다툼에 시달리게 됐다. 농어촌공사는 김씨의 땅이 저수지 물이 가득 찼을 때인 만수범위에 포함도 있어 건축이 불가능한 곳으로, 농어촌공사 부지까지 임의로 옹벽을 만들어 소송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농어촌공사 포항ㆍ울릉지사 관계자는 “김씨의 땅처럼 우리(농어촌공사)가 오래 전 보상을 하고도 부동산 등기를 하지 못한 땅이 전국적으로 1,000필지가 넘는다”며 “김씨의 땅 일부가 홍수범위는 물론이고 만수범위까지 포함되는데도 포항 북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줬고, 김씨는 농어촌공사 부지까지 침범해 흙을 메우고 축대를 만들어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에 지주인 김도희씨는 “땅을 돋우는 데 2억원이 넘는 돈이 들었는데 농어촌공사가 계속 소송을 거는 바람에 은행 대출 이자는 이자대로 내면서 건물도 못 짓고 변호사 비용만 4,000만원 넘게 들어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며 “63년간 잠자코 있던 농어촌공사가 남의 땅을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법원 판결에도 땅을 뺏으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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