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8~19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은 서브권이 오갈 때마다 2명의 리베로 정민수(27)와 곽동혁(35)을 수시로 번갈아 투입했다. 상대 서브를 받아 공격으로 연결해야 할 때는 정민수가 리시브 전담으로 나섰고, KB가 서브를 넣어 상대 스파이크를 수비해야 할 때는 곽동혁이 디그 전담 선수로 코트를 밟았다. 배구 수비 전략 중 하나인 일명 ‘더블 리베로’다. KB손해보험이 더블 리베로를 쓴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즌 초부터 구상했던 것”이라며 “오늘은 완벽하게 들어맞진 않았지만, 좀 더 보완해 남은 경기에서도 상황에 따라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블 리베로란 각 팀에 수비 전문선수 리베로를 2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활용, 리베로의 역할을 리시브와 디그로 분업화한 전략이다. V리그 남자부의 경우 현대캐피탈이 가장 먼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 개막전에도 리시브 담당 여오현(40)과 디그 담당 함형진(23)을 번갈아 투입했다. OK저축은행도 올 시즌 리시브 전문 조국기(29)와 디그 전문 부용찬(29)으로 분리 운용 중이다. 여자부의 경우 수비의 중요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IBK기업은행, 흥국생명 등이 사용했다. 국제 경기에서도 더블 리베로는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더블 리베로 전략이 확대되는 것은 서브가 나날이 강력해지고 다양해지면서 리시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브의 구질은 강하게 감겨 오거나, 끝에서 밀려 나가거나 좌우로 휘는 등 다양하다. 힘은 약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플로팅 서브도 까다롭다. 이세호 KBSN 해설위원은 “좋은 리베로는 정확한 팔 모양과 단단한 하체 등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고, 상대의 위협적인 서브를 위축되지 않고 받아낼 심리적인 강단도 필수 요건”이라며 “완벽한 리시브가 어렵다 보니,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 선수를 육성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그 역시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나 상대 공격수의 특성에 대한 꼼꼼한 공부가 필요하다. 또 블로커 손에 맞고 굴절되는 예측 불가능한 공에도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 체력 안배에도 장점이 있다. 리베로 한 명이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하기보다는 두 명이 분담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KB손해보험의 리베로 정민수는 “예전에는 리시브와 수비에 모두 신경 써야 했다면 3일 경기에서는 초반 리시브에만 집중했다”면서 “체력 및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육성 차원에서도 고려할 만하다. 선수 입장에서는 한 경기라도 더 투입돼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수층이 두꺼운 팀에서만 가능한 전략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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