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의 내년 시행에 대비해 전면 구조조정에 나섰던 고려대가 조정안을 보류하기로 했다. 곧 새 총장이 선출되고 내년 3월 집행부가 새로 출범하는 만큼 강사법 대응방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구조조정 탓에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 해고법’이 됐다는 논란이 거세자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4일 고려대와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전날 각 단대 및 학과에 강사법 시행 관련 기존 논의 사항을 모두 보류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기존의 강사법 관련 논의 내용은 집행이 어렵다’고 밝힌 공문에는 교과목개설검토위원회를 폐회하고, 학과별 운영 방안 및 2019학년도 1학기 개설과목 리스트 제출 요청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고려대는 시간강사 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내년도 1학기 개설 과목을 지금보다 20% 줄이고, 학부생 졸업이수학점을 현재 130점에서 120점으로 축소하는 등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를 위해 학과별 개설 과목을 검토ㆍ승인하는 위원회를 설치했고, 각 학과와 단과대에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로 구성된 공대위는 “강사법 시행으로 드는 추가 금액은 최대로 잡아도 고려대 전체수입(6,553억원)의 0.8%인 55억원 정도“라며 “0.8%의 추가 부담이 싫어 수업의 20%를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해왔다.
공대위는 대학 측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공대위 관계자는 “학생사회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강사법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8월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강사법이 입법 취지에 걸맞게 시행돼 건강한 학교공동체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부산대에선 대학 측이 시간강사들 몰래 강사법 시행에 대비했다는 이유로 노조와 대학 간 단체협상이 결렬, 파업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다. 연세대는 선택교양 157과목 중 98과목을 2019학년도부터 폐지하기로 했고, 중앙대는 강사 수를 1,200명에서 5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이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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