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직거래를 하다 사기를 당했어요. 돈을 입금하고 기다렸는데 ‘벽돌’이 왔네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피해 호소 게시글이다.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개인간 직거래 과정에서 상당수의 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직거래 사기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속속 판매하며 사이버보험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조만간 온라인 직거래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사이버 금융범죄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보장을 해주는 ‘하이사이버안심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보장금액은 최대 1,000만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에는 삼성화재가 비슷한 내용의 특약을 담은 ‘안전생활 파트너’ 보험을 선보였다. 온라인 직거래 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따른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피해금액의 70%(50만원 한도)를 보상받을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판 중인 KB손해보험의 ‘The드림365건강보험Ⅱ’도 특약이 대동소이하다.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를 보험으로 보장하기 시작한 곳은 한화손해보험(마이라이프 세이프투게더 보장보험)이다. 지난해 초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1만8,000여명이 가입했다. 우현주 한화손해보험 장기상품운영파트장은 “사이버 공간의 위험이 커지면서 기존 보험상품의 보장으론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5월에는 에이스손해보험이 중고나라와 제휴를 맺고 ‘처브(Chubb) 인터넷직거래안심보험’을 개발했다. 20세 이상 중고나라 이용자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연간 보험료 5,440원을 한 번에 내면, 횟수 제한 없이 건당 최대 50만원 한도로 사기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모바일 기기 활성화로 온라인 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사기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사기 건수는 2014년 5만6,667건에서 지난해 9만2,636건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10월 현재 이미 9만2,000건을 돌파했다. 이중 직거래 사기의 경우 물품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하고도 물건을 받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 보험 가입자가 늘면 사이버보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이 올해 5~7월 전국의 성인 2,440명을 상대로 실시한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이 보험사가 사이버보험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에 비해 가계의 사이버보험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며 “온라인에서 구매한 물건을 반품할 때 반송비를 보험으로 처리하는 중국의 ‘반송보험’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상품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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