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인사 기준은 정실ㆍ측근 인사가 아니라, 능력에 의한 적재적소 인사죠.”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7월 2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인사관(人事觀)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능력이 없는데 가까이 있다고 해서 쓰면 측근인사, 정실인사다. 능력이 되는데 방향성이 같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기본은 능력이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시장의 발언은 전임 윤장현 시장 때 계속됐던 ‘측근’, ‘절친’, ‘낙하산’ 인사의 적폐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그러나 이 시장이 취임 6개월째를 맞으면서 민선 6기 때의 인사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시장이 공공기관 임원직을 전직 국회의원이나 6ㆍ13지방선거 때 캠프 출신 인사들의 논공행상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최근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에 정상용 전 국회의원을 내정한 게 대표적이다. 그간 이 시장 주변에선 “정 전 의원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는 끊이지 않았다. 이 시장과 동향(전남 함평)인 정 전 의원은 13ㆍ14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엔 이 시장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터였다.
문제는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정 전 의원이 환경과 관련한 경력이 전무한 비전문가라는 점이다. 이는 이 시장이 줄곧 입에 달고 다녔던 공공기관 임원직 3대 인사 기준(전문성ㆍ방향성ㆍ리더십)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정 전 의원이 광주시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에 임명된다면, 이 시장의 말대로 “능력이 없는데, 가까이 있다고 해서 쓰는 측근 인사”가 되는 셈이다.
이 시장은 선거캠프 인사들에 대해 “나를 도와준 사람들은 무슨 덕을 보기 위해 일을 하기보다 광주를 잘 이끌어 달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분들이다”고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캠프 인사를 공공기관 등에 앉히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광주관광컨벤션뷰로 대표이사와 광주시도시공사 사장, 광주과학기술진흥원장, 광주시의회 환경복지전문위원(개방형 4급 상당)이 이미 캠프 인사로 채워졌고,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등 상당수 공공기관 임원직에 캠프 인사들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의회 환경복지전문위원 선임을 두고선 “이 시장 캠프 출신 인사가 집행부 견제라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시청 안팎에선 이 시장의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스타일을 놓고 “윤 전 시장 때와 뭐가 다르냐”, “혁신을 강조하더니 결국 민선 6기와 도긴개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이처럼 민선 7기 들어 공공기관 임원직들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한 와중에 이 시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잇따르면서 지역 정치권의 시선은 10일로 예정된 정 전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쏠리고 있다. 광주시의회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이 시장의 거수기 역할에 그칠지, 아니면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정 전 의원에 대한 적격 여부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인사청문위는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청문위원 중엔 ‘친이(親李ㆍ친이용섭)’ 위원들이 포함돼 있어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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