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회사의 하청업체 선정 등에 개입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국토교통부 전ㆍ현직 공무원과 건설업체 관계자 등 30명이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이 사건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 김모씨가 경찰청을 방문해 수사 상황을 물어본 게 논란이 되면서 특감반원 전원 교체를 촉발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국토부 산하 대전국토관리청 전 국장 류모(60)씨와 건설전문지 발행인 허모(55)씨를 뇌물수수,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송치)하고, 28명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류씨는 지방청 과장이던 2012년 9월 평소 알고 지내던 교량 점검시설 설치업체 대표 박모(58)씨에게 국토부 공사 발주 정보를 알려주거나, 원청업체에 박씨 회사가 하청업체로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해, 박씨 회사가 100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하도록 했다. 이 대가로 류씨는 제네시스 승용차 등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언론인 자격으로 국토부를 출입한 허씨는 고위 공무원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201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중소 건설업체들로부터 공무원 알선 명목으로 4억3,000만원을 챙겼다.
서울국토관리청 과장으로 일하며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방음터널공사 수주 등을 대가로 S기술개발대표 최모(58)씨로부터 1,100만원을 챙긴 국토부 서기관 김모(51)씨도 입건됐다. 김씨는 올 10월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밀을 유지하느라 국토부에 수사 개시 통보가 지난달에야 이뤄지면서 승진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최씨는 피의자로 입건되자 지인인 특감반원 김씨에게 수사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이날 “김씨가 지난달 2일 경찰청을 방문한 건 사실이지만 최씨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5분 정도 머물면서 자신이 첩보를 제공한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아닌 또 다른 국토부 공무원이 연루된 비리 첩보를 김씨가 경찰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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