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지하철에서 재생하던 드라마를 끊김 없이 이어보기 위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켜진 TV를 향해 소리친다. “오케이 구글,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틀어줘!”
말을 할 기력도 없다면 리모컨만 찾아도 된다. 리모컨 정중앙에 박혀있는 빨간색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순식간에 1983년 미국 인디애나주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한 초등학생의 지하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LG유플러스의 IPTV ‘U+tv’가 넷플릭스를 정식 런칭한 이후 생긴 일상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다른 IPTV에서도 되던데?”
U+tv의 넷플릭스 정식 도입이 시장에 끼친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이제까지 타 통신사가 제공하는 다른 IPTV 서비스에서도 외부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형태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단독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정식으로 넷플릭스를 받아들인 U+tv는 외부입력이 아닌 내부 메뉴 중 하나로 넷플릭스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갔다는 점이 차이다.
U+tv로 처음 넷플릭스를 접한다면, 가입과 결제 과정이 모바일이나 PC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 △메일주소 입력 △이용약관 동의 △내용 확인 단 3단계만 거치면 가입이 완료되며, 카드번호를 어렵게 TV에 입력할 필요 없이 간단히 IPTV 요금에 넷플릭스 요금이 합산돼 청구된다. 기본 요금은 스탠다드(1만2,000원ㆍHD화질)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베이식(9,500원ㆍ기본 화질)이나 프리미엄(1만4,500원ㆍUHD화질) 멤버십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제 편의성 덕분에 추후 LG유플러스에서 새 요금제가 출시되면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통합 정도가 높은 빌링(billingㆍ요금제) 시스템이 타 회사와의 차별점”이라며 “향후 U+tv와 넷플릭스 요금제를 묶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새 요금제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버튼이 생긴 새로운 리모컨도 U+tv의 경쟁력이다. 복잡한 리모컨 조정을 할 필요가 없어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이 넷플릭스 콘텐츠를 즐기기에 좋다. 구글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채 ‘넷플릭스에서 OO 틀어줘”라고 말하는 것도 큰 TV 화면으로 넷플릭스를 빨리 즐길 수 있는 한 방법이다.
◇U+tv와 넷플릭스의 ‘혼연일체’는 아직
U+tv 자체 검색 메뉴에서 넷플릭스 콘텐츠가 함께 검색될 정도의 높은 수준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U+tv에 ‘봉준호 감독 영화 찾아줘’라고 구글 음성명령을 내리더라도 넷플릭스 안에 있는 영화 ‘옥자’는 U+tv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또 U+tv 메뉴에서 제공하는 ‘최신 영화’나 ‘추천 드라마’ 등에 넷플릭스 콘텐츠가 함께 표시되지는 않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자체가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 수준이 높지 않기도 하고, U+tv도 넷플릭스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통합 수준을 높일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사용자경험(UX)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기존 넷플릭스 이용자에게 편리함으로 다가온다. ‘오프닝 건너뛰기’나 ‘5초 내 자동으로 다음화 재생’ 등 기능은 모바일ㆍPC버전 넷플릭스와 동일하게 TV에서도 적용된다. 한 계정당 최대 5개의 프로필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전 가족 구성원이 접근 가능한 TV 특성상 프로필마다 나이와 핀(PIN) 번호를 설정해 시청 가능한 콘텐츠를 제한할 수 있다.
U+tv는 신규가입자들에게 넷플릭스 3개월 무료감상 혜택을 제공한다. 미리 넷플릭스에 가입해 한 달 무료 체험을 즐긴 뒤 새롭게 U+tv에 가입한다면 4개월까지 무료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5월부터 LG유플러스가 ‘속도ㆍ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로 변경한 고객에게 넷플릭스 스탠다드 멤버십 3개월 이용 쿠폰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 요금제 교체와 병행한다면 최대 7개월까지 넷플릭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무기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힘
LG유플러스는 내년부터 강화될 넷플릭스 오리지날 콘텐츠의 ‘공세’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넷플릭스는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에 거액을 투자했고, YG와의 협업으로 ‘YG전자를, 유재석을 주연으로 ‘범인은 바로 너’를 제작했다. 당장 내년 1월 25일에는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의 대작 ‘킹덤’이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될 예정이며, 이후 분기별로 대형 기대작들이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킹덤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이미 시즌 2 제작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콘텐츠전략팀 한민형 책임은 “넷플릭스 측이 현지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내년부터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넷플릭스와 U+tv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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