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1ㆍ아르헨티나)의 ‘10년 천하’가 깨졌다.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발롱도르 시상식의 주인공은 크로아티아를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에 올려놓은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3ㆍ레알 마드리드)였다.
1956년부터 프랑스 풋볼이 시상하는 발롱도르는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개인상으로 꼽힌다. 이 상은 2008년부터 10년 간 호날두와 메시가 5번씩 수상하며 양분했다. 둘 외의 선수가 상을 받은 건 2007년 카카(브라질) 이후 11년 만이다.
호날두는 올해 2위에 올랐고 앙투안 그리즈만(27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킬리안 음바페(20ㆍ파리 생제르맹)가 뒤를 이었다. 2008년부터 줄곧 1위 아니면 2위이던 메시는 5위에 그치며 최종 후보 3인에도 들지 못했다. 이번 발롱도르는 시상식을 앞두고 유럽 일부 언론을 통해 수상자와 순위가 유출돼 떠들썩했는데 이 명단과 결과가 일치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모드리치는 메시와 호날두를 “경이로운 선수”라고 인정 하면서도 “과거에도 사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웨슬리 스나이더 등 발롱도르를 받을 수 있는 몇몇 선수들이 있었다. 이제야 사람들이 다른 선수들도 보는 것 같다”고 뼈 있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최고의 순간은 절대 쉽게 오지 않는다는 명언을 말하고 싶다. 이 상은 내게 정말 특별하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어린 시절 내전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축구 선수의 꿈을 잃지 않았던 모드리치의 성장사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조국 크로아티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1995년까지 유고슬라비아 인민군, 세르비아 지역군에 맞서 독립전쟁을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나왔고 나라는 쑥대밭이 됐다.
모드리치의 할아버지도 1991년 세르비아 반군에게 사살 당했다. 살던 집이 불에 타 모드리치는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떠나 싸구려 호텔을 전전하면서도 시간 날 때마다 좁은 호텔 주차장에서 공을 차며 희망을 이어갔다.
프로 입단 초기 마른 체격으로 큰 기대를 받진 못했던 그는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창의적인 플레이를 인정받아 2012년부터 세계 최강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최우수 선수상(골든볼)을 비롯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던 모드리치는 2018년 최고의 축구 선수는 자신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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