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의 전 이사장 등 법인·학교 관계자가 55억원가량의 교비를 횡령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휘문의숙 전 이사장 민 모(56) 씨와 휘문고 전 교장·행정실장 등 8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민씨 등은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운동장, 강당, 식당 등 학교 시설물을 한 교회에 빌려주고 53억원을 받은 뒤 교비로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한달 임대료로 7천만~1억5천만원 등을 받는 등 학교발전 기금 명목으로 총 53억원을 법인·학교 명의 계좌를 통해 받았다. 민씨 등은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임의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씨는 휘문고 명의 법인 카드로 단란주점 등에서 4천500만원가량을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민씨의 모친인 명예 이사장 김 모(92) 씨는 재단 명의 법인 카드로 호텔·음식점 등에서 2억 3천만원을 사용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사장 등이 적절하지 않게 교비를 사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은 휘문의숙 이사장 등의 '사학비리'를 특별감사했다. 앞서 경찰은 자체 첩보를 입수했고 교육청으로부터 감사 자료를 넘겨받았다.
교육청 감사결과 휘문고는 체육관 등 학교건물을 교회에 빌려주고 기탁금을 받았다. 기탁금은 학교 회계에 편입되지 않고 이사장 등에 전달됐다.
민씨는 2011년 12월께 학교법인 소유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주택관리임대업을 등록하지 않은 업체 대표 신 모(52) 씨와 임대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사학비리 수사과정에서 신씨가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임대 보증금 73억원 상당을 직원 개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대여금 형식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을 적발하고 그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신씨는 개인사업 자금에 보증금을 사용했고, 감사가 진행될 때 전세 계약을 월세로 바꾸는 등 임대계약 내용을 수정한 서류를 교육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립재단에 대해 정기적·실질적 감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첩보를 지속해서 입수해 위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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