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남자친구’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이 모두 출발선을 지났다. 하지만 두 작품을 향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먼저 베일을 벗은 것은 ‘남자친구’였다. 지난 28일 첫 방송된 ‘남자친구’는 한 번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차수현과 자유롭고 맑은 영혼 김진혁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로맨스 드라마다. 첫 방송 전부터 송혜교, 박보검의 역대급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남자친구’는 ‘질투의 화신’ ‘유령’ 등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높아진 기대감 속 출발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알함브라’가 막을 올렸다. 투자회사 대표인 남자주인공이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여주인공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알함브라’는 현빈과 박신혜의 조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MBC ‘W’, tvN ‘나인’을 집필했던 송재정 작가와 tvN ‘비밀의 숲’을 연출했던 안길호 감독의 의기투합 역시 ‘알함브라’를 기대케 하는 이유였다.
역대급 캐스팅과 연출진을 필두로 한 ‘남자친구’와 ‘알함브라’는 자연스레 올 하반기 드라마 시장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같은 출발선상에서 스타트를 끊었지만, 두 작품이 방송 첫 주 받아 든 성적표는 다소 달랐다.
주연 배우인 송혜교, 박보검의 12살 나이차, 현실 속 관계 때문에 방송 전부터 기대와 함께 우려를 모았던 ‘남자친구’에게는 꽤 뼈 아픈 평가가 줄이었다. 송혜교, 박보검의 로맨스가 설레지 않아 몰입이 어렵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데뷔 이래 늘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왔던 박보검의 연기력 논란까지 난데없이 불거진 것. 여기에 극 중 송혜교, 박보검의 로맨스가 시작되는 설정 역시 올드하고 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며 ‘남자친구’는 예기치 못한 큰 산을 마주했다.
반면 ‘알함브라’에는 첫 방송 이후 호평이 이어졌다. AR 게임이라는 생소한 소재로 전에 없던 판타지 서스펜스 로맨스를 예고한 ‘알함브라’는 첫 방송에서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AR 게임을 소재로 했음에도 난해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는 전에 없던 신선함으로 다가왔으며, 어색함 없는 CG 역시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여기에 현빈과 박신혜, 박훈, 찬열 등 출연 배우들의 흠 잡을 곳 없는 호연이 더해지며 ‘알함브라’는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나란히 기대작으로 꼽혔던 두 작품의 평가를 가른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이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던, 고전적인 로맨스 클리셰를 선보였던 ‘남자친구’가 첫 방송 씁쓸한 평가를, 그간 본 적 없던 신선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를 선보인 ‘알함브라’가 만족스러운 평가를 손에 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아직 두 작품이 실망과 안심을 하기엔 이르다. 이제 갓 출발한 만큼 앞으로 현 상황을 뒤엎을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다시 설렘을 되찾고, ‘알함브라’가 첫 방송의 기세를 이어가며 기대작을 넘은 ‘흥행작’이 될 수 있을 지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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