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본회의 일정도 못 잡고 공전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2일)을 하루 넘기고도 본회의 처리 날짜도 합의하지 못한 채 종일 공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급기야 정부 원안을 상정했으나 여당을 뺀 야4당의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문 의장은 3일 오전 여야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ㆍ자유한국당 김성태ㆍ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실에서 비공개로 회동해 예산안 처리의 합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본회의 처리 연기를 주장하는 등 진척이 없자 문 의장은 이날 오후 2시까지 교섭단체 합의를 기다리고, 그렇지 못하면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을 상정하고 정부의 제안설명 청취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법정시한을 넘기고도 처리일정 합의도 못 보는 상황에서 자동부의된 예산안의 제안설명을 듣는 본회의 개의는 국회의장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헌법과 국회선진화법 취지 준수 차원에서 여야가 합의해 12월 2일에 예산안 상정과 제안설명까지 진행했다는 전례를 들었다. 국회법상 예산안 심사 법정기한은 11월 30일까지며, 이를 넘기면 자동으로 부의된다. 다만, 여야 합의가 있으면 처리 시일을 연기할 수 있다. 문 의장은 여야를 향해 “법정처리를 준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당은 여야 합의로 나오는 예산 수정안으로 본회의 처리하자면서도 구체적 처리 일자를 언급하지 않았고, 바른미래당은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예산안을 선거제 개정과 연계처리하자고 요구하며 여야간 갈등을 빚었다. 결국 문 의장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고, 이에 민주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단독 본회의 참석을 결정했다.
그러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문 의장에게 예산안 상정을 수정안 합의가 나올 때까지 미루겠다고 전달했음에도, 문 의장이 갑작스럽게 본회의에 상정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제안설명을 듣겠다는 것은 교섭단체 합의 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야4당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합의 없이 직권으로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야4당이 판단했다”며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상세 경과를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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