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리그 대상 시상식
올 시즌에 26골, 경남 2위 만들어… 득점왕·공격수 베스트11 ‘3관왕’
마르쿠스 비니시우스 아마라우 아우베스.
발음하기도 힘든 길고 낯선 이름이지만 ‘말컹’(24ㆍ경남FC) 하면 무릎을 치는 축구 팬들이 많을 것이다. 말컹은 그의 애칭인데 2016년 말, 한국 프로축구에 왔을 때 이 이름으로 등록했다.
이름은 말랑해 보이지만 기량은 결코 흐물흐물하지 않은 말컹이 2년 연속 K리그를 평정했다.
브라질 출신 말컹은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 선정됐다. K리그1(1부) 주장(30%)-감독(30%)-기자단(40%) 투표에서 100점 만점 환산 점수 중 55.04점을 받아 32.13점을 받은 우승 팀 전북 현대의 오른쪽 수비수 이용(32)을 제쳤다.
지난 해 K리그2(2부)에서 팀의 승격을 이끌며 2부 MVP를 받았던 말컹은 2013년 승강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1부와 2부 MVP를 석권하는 선수가 됐다. 데얀(37ㆍ수원)이 FC서울 소속이던 2012년 MVP에 오른 이후 6년 만에 외국인 MVP가 탄생했다. 또한 말컹은 올 시즌 득점왕(26골)과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도 뽑히며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3관왕을 차지했다.
말컹은 이날 세 번이나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득점왕, 베스트11 공격수 상을 받을 때는 여유가 넘쳤다. 걸 그룹 트와이스의 팬이기도 한 그는 득점왕을 받은 뒤 트와이스가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MVP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감격에 찬 듯 상기된 표정이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작년에 2부에서 1부로 올라오고 많은 사람들이 1부에서 통할까라는 의심을 했다. 그런 분들께 잘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3번 정도 부상이 있어 몇몇 경기는 뛰지 못했지만 열심히 한 결과물로 좋은 상을 받게 됐다. 그 간의 어려움이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말컹을 만든 건 김종부(53) 경남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컹이 처음 경남에 왔을 때는 키(196cm)만 큰 선수였다. 농구 선수 출신이라 제공권 하나는 일품이었지만 나머지 기본기는 축구 선수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김종부 감독은 “다른 선수들도 말컹을 보며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고 말했다.
김종부 감독의 처방전은 기다림이었다. 말컹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도 꾸짖은 적 한 번 없다. 김 감독은 “말컹이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또 어린 나이에 아이도 둘이라 알게 모르게 가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이라며 “무조건 감싸줬다. 우리 문화대로 흑과 백으로 판단해 다그치면 선수와 부딪히게 돼 있다. 기다려주니 스스로 고쳐오더라”고 말했다.
말컹은 2년 사이에 몰라보게 기량이 늘었다. 올 시즌에는 무려 26골을 터뜨리며 2부에서 막 승격한 경남이 2위를 차지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을 따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김종부 감독도 “저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말컹은 시상식에서 고마운 사람으로 “축구를 가르쳐주신 김종부 감독님”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시즌 말컹을 K리그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말컹은 중국 슈퍼리그 몇몇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이적료가 40~50억원, 연봉은 20~30억원 수준이다. 도민구단인 경남이 붙잡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김종부 감독은 “말컹이 이적한다는 걸 전제로 내년 준비를 하고 있다”며 “말컹의 공백이 크겠지만 확보하는 이적료를 활용해 선수를 잘 구성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말컹은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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