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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밤중 입금된 출연료, 그마저 70%뿐…드라마제작사의 갑질

입력
2018.12.04 04:40
수정
2018.12.05 21: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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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진혁과 송하윤이 주연을 맡은 드라맥스ㆍMBN 드라마 ‘마성의 기쁨’ 포스터. 골든썸 제공
배우 최진혁과 송하윤이 주연을 맡은 드라맥스ㆍMBN 드라마 ‘마성의 기쁨’ 포스터. 골든썸 제공

“미지급 출연료를 70%만 주겠다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40분. 케이블채널 드라맥스와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에서 방영(9월 5일~10월 25일)됐던 드라마 ‘마성의 기쁨’의 한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배우들이 출연료를 떼이게 생겼다고 개탄했다. ‘마성의 기쁨’은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인 IHQ와 IHQ 보유 채널인 드라맥스, 외주제작사 골든썸이 공동 제작한 드라마다. 지난 10월말 ‘마성의 기쁨’에 출연한 주ㆍ조연 배우와 보조출연자, 스태프들은 출연료와 임금이 미지급 됐다고 언론에 폭로한 적이 있다. 그러자 제작사 골든썸은 10월 중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불안했지만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다.

제작사들은 배우들과 출연료를 계약할 때 ‘드라마 방영 중 익월 말 지급’ 조건을 내세운다. ‘마성의 기쁨’이 9월 5일에 첫 방송됐으니, 배우들은 10월말 출연료를 받게 돼 있었다. 주인공 최진혁은 드라마 방영도 전에 선불로 완납을 받았고, 몇몇 배우들도 정산됐다는 정황이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연 송하윤과 이호원 이주연은 출연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 달이나 지났지만 임금을 정산해주겠다던 제작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배우들의 하소연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나서게 됐다. ‘마성의 기쁨’에는 연기자 200여명이 출연했다. 이들의 출연료는 모두 약 7억원. 스태프의 미지급료까지 따지면 10억원은 족히 넘는다. 지난달 28~30일 IHQㆍ골든썸 관계자와 한연노가 출연료 정산 문제를 협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100% 지급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제작사가 막상 협의에 들어가니 돌연 70%만 제안했다고 한다. 한연노는 제작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작사는 30일 밤 11시쯤 출연료를 정산했다. 뜬금없는 소식에 한연노는 당황했다. 언론에 널리 알리겠다는 한노연의 으름장이 통했던 거다. 하지만 입금된 돈은 원래 출연료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나머지는 보름 후에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협상 자체가 무의미했던 셈이다.

제작사의 약속을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국내 드라마 제작 관행을 감안하면 “30%는 결국 주지도, 받지도 않게 될 것”이라고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제작사는 드라마를 만들며 어느 정도의 돈이 들어갔는지를 문서로 공개하지 않는다. 제작사가 돈이 없다고 우기면 배우와 스태프는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만 한다.

출연료와 임금 미지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는 수 밖에 없다. 빠듯한 예산으로 드라마 편성에 목매는 방송사가 적극 해결할 상황도 아니다. 누구나 그렇듯 배우와 스태프도 따스한 연말을 맞을 권리가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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