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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해찬과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입력
2018.12.03 18:00
수정
2018.12.07 16: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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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방적이어서 말이 통하지 않고”(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더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며”(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신기득권 무소불위 권력으로 떠오른”(김병준 한국당 대표ㆍ오세훈 전 서울시장) 민주노총의 뿌리는 어딜까.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자랑스럽게 답을 내놨다. “30년 전인 1988년 국회에 처음 들어와 노동위에서 활동할 때 당시 노무현ㆍ이상수 의원과 함께 힘든 과정을 거쳐 한국노총의 독점적 노조 구조를 깬 결과, 사무금융노조가 산별노조로 발족해 오늘날 민주노총의 발판이 됐다”는 설명이다.

□ 이 이야기는 지난달 28일 발족한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출범 토론회 인사말에서 나왔다. 독특한 이름의 이 재단은 강성 노조의 대명사였던 사무금융 노사가 불평등ㆍ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 직장의 벽을 넘어 사회연대사업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마련됐다.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코사족 언어로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이란다. IT 업계에선 개방형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의 데스크톱 PC 특화 배포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윤리 혹은 인본주의’를 중시하는 리눅스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 취임 100일을 맞아 바쁜 이 대표가 굳이 우분투 토론회에 참석한 뜻은 그의 말에서 포착된다. “임금투쟁, 파업, 붉은 머리띠로 상징되던 노조가 사회공헌재단을 만들어 사회 구조적 모순 해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며 민주주의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우분투 정신은 ‘사람 사는 세상’ 을 만드는 마음인 만큼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은 우분투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거들었다. “진짜 강한 노조는 이해관계를 넓히고 기업의 담을 넘어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하방연대’할 줄 아는 노조다.”

□ 민주노총의 과도한 촛불청구서와 폭력적 일방통행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경사노위에도 불참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했지만 그동안 두 대표는 냉가슴만 앓았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총파업에도 “경제가 어려운데 파업한다니 걱정”이라고 조심스레 논평했을 뿐이다. 그러니 사무금융노조의 우분투재단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울 법하다. 토론회가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 민주노총의 초기 가치”임을 확인하며 연대와 상생을 강조한 것도 두 대표의 시름을 덜어줬을 것이다. 우분투재단의 분투를 기대한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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