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빵게’(암컷 대게의 속칭)를 검색하면 먹음직스러운 암컷 대게 요리 사진이 1,000건 이상 검색된다. 단골 음식점에서 암컷 대게를 먹었다거나 집으로 요리를 포장해왔다는 후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글에는 으레 식당 위치를 비밀리에 알려줄 것을 요청하는 댓글이 여러 개 달린다.
그러나 암컷 대게를 요리해 먹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암컷 대게는 수산자원관리법에 의해 연중 포획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관, 가공, 유통, 판매 행위도 모두 처벌된다. SNS 게시자 중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식당 이름을 숨긴 채 태연하게 인증 사진과 후기를 올리기도 한다.
해양수산부 소속 동해어업관리단은 3일 불법 대게 유통 및 판매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대게 금어기(6~11월)를 지나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대게 조업이 시작되는 가운데 음성적으로 어린 대게나 암컷 대게를 유통시키는 불법행위가 더욱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업관리단에 따르면 대게 연간 어획량은 2007년 4,129톤에서 지난해 1,625톤으로 10년 새 60.6% 급감했다. 당국은 대게 개체 보존을 위해 금어기를 설정하고 몸 길이가 9㎝ 이하이거나 암컷인 경우엔 포획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게 불법 유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5년 이래 어업관리단이 불법적인 대게 유통 및 판매 행위를 단속한 건수는 116건에 이른다. 어린 대게나 암컷 대게가 잡히면 풀어주지 않고 구매자를 찾아 곧바로 유통시키는 수법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당국 또한 온라인 단속을 강화해왔다. 덕분에 116건의 단속 실적 가운데 14건은 SNS 모니터링을 통해 거뒀다. 올해에도 4월과 11월에 인스타그램에 암컷 대게를 먹은 후기가 게시된 것을 단서 삼아 음식점주와 판매업자를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이 강화될수록 대게 불법 유통은 보다 깊숙이 지하로 숨어드는 상황이다. 특히 암컷 대게 유통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요 단속 경로 역할을 톡톡히 했던 SNS 게시글마저 음성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공개 계정에 글을 올리거나 음식점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어업관리단은 이에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에 제보창구를 열어 ‘SNS 맞불 작전’에 나섰다. 최대 200만원의 신고포상금도 걸었다. 제보를 원하면 카카오톡에서 ‘동해어업관리단’을 친구로 추가한 뒤 대게를 유통 판매하는 곳의 상호, 위치 등을 문자나 사진, 동영상 등으로 발송하면 된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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