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65)씨를 ‘종북’이라고 비판한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문씨가 영화감독 정모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각 1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정치 시민운동 단체인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지난해 9월 해산)의 상임운영위원장이었던 문씨는 “대한민국이 99% 서민을 위한 민주진보 정부 정치구조로 개혁되도록 하겠다”며 정치개혁 운동을 추진했다. 이에 정씨 등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문씨를 ‘골수 종북 좌익분자’, ‘종북의 노예’ 등으로 비난했다.
문씨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자, 1ㆍ2심은 “문씨가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이라는 평가에 대해, 피고들이 구체적 정황을 제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공인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표현으로 어느 정도 공공성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액을 100만~500만원으로 정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정치인을 ‘종북’이라 칭했던 사건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올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인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사건도 변씨가 이 전 대표 등을 ‘종북’이라고 비난한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였는데, 대법원은 “사건 당시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자 공당 대표였다”며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쉽사리 명예훼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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