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안은 채 눈물 흘리던 노인에게 새 터전이 생겼다.
사연의 주인공은 터키 서부 볼루 주 무두루누 지역의 한 마을에 살던 알리 메세(83). 그는지난 겨울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키우던 고양이 한 마리만 구한 채 모든 것을 잃었다. 한기가 집안 곳곳으로 침투하던 1월 17일 그가 거실에 있던 석유 난로에 불을 붙이다가 폭발이 일어났고, 불은 목조 건물 전체로 금세 번졌다. 메세와 가족들은 불길에서 빠져나왔지만, 지하에서 기르던 13마리의 닭을 포함한 전 재산과 삶의 터전은 잿더미가 됐다.
하지만 불길이 메세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집에서 기르던 새끼 고양이 ‘사리키즈’가 화재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진눈깨비 속에서 변변한 외투도 걸치지 못해 몸을 덜덜 떨어야 했지만, 메세는 고양이만은 품에 꼭 안은 채 현장을 지켰다. 자신도 지팡이를 짚어야 할 만큼 허약하지만, 겁먹은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노인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화재 11개월 만에 메세에겐 새 집이 생겼다. 메세의 안타까운 소식에 공감한 이들이 보낸 도움 덕분이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메세의 사진은 터키 언론뿐 아니라 CNN 방송 등 외신을 통해서도 보도됐고, 미국 유명 토크쇼인 ‘엘렌쇼’ 진행자 엘렌 드제너리스가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영상은 2,300만회 이상 재생됐다. 볼루 주 정부와 터키 적신월(적십자에 해당하는 이슬람의 인도지원단체) 등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메세에게 새 집을 지어주었다.
화재 이후 병원과 가족의 집을 전전하던 메세가 새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터키 언론 ‘데일리 사바’는 메세가 터키 서부 볼루 주에 새로 마련한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화재 당시 메세의 팔뚝에 달라 붙어 있을 정도로 작았던 새끼 고양이는 이제 노란 줄무늬가 선명할 정도로 자랐지만, 옆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메세의 손길은 여전했다. 메세의 아들 아흐멧 메세는 “아버지는 지금 너무 행복한 상황”이라며 그의 마음을 전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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