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듣는 책'의 시대가 왔다. 김영하 작가는 "책은 지금은 눈으로 읽는 매체이지만 인류가 오랫동안 귀로 들었던 것"이라며 "독서의 다양한 방식 중 하나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활자를 눈으로 읽는 것만이 '독서'라는 생각은 버릴 때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오디오북은 다양한 낭독자의 음성을 통해 작품을 재해석하며, 오픈 한 달 만에 5천권 판매를 돌파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출판사들과 협업해 유·무료 오디오북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일보가 연예인 낭독자들을 만나 '책 읽어주는' 소감과 노하우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편집자>
그룹 갓세븐(GOT7) 멤버 진영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차분한 성격으로, 아이돌답지 않은 '성숙미'를 자랑한다. '어린 왕자'에 이어 '피노키오'에 도전하면서, 낭독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인정받았다.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어린 왕자'는 1020 구매자의 비율이 평균에 비해 5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평소 독서를 즐기지 않는 청소년들도 좋아하는 연예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오디오북을 경청한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최근 서울 강남의 오디오북 녹음실에서 기자와 만난 진영은 "오디오클립이 한국보다 외국에서 활성화돼 있는 느낌이다. '저런 걸 다음에 해보면 좋겠다' 하던 찰나에 '어린 왕자'를 낭독하게 됐다"며 "갑자기 하려니까 ('어린 왕자'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쭉 읽고 왔던 기억이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피노키오'로 낭독에 재도전하게 된 그는 "한번 더 할 수 있어서 신기하고 기쁘다. 나를 한번 더 써준다는 건 나를 믿어주는 거니까 그 믿음이 고맙다.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살면서 할 수 있는 건 축복 아닌가.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한 동화 '피노키오'와는 좀 다른 버전의 원작이에요. 따로 준비를 많이 하기보다는 남들이 한 것들을 들으며 참고하고 연습했죠. 외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오디오북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들어보며 참고를 했습니다."
오디오북 낭독에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진영은 '발음'을 꼽았다.
"읽으면서 느껴요. 제가 딕션이 부족하다는 것을요. 공부도 되고, 읽으면서 책의 내용도 알게 되니 제게도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읽을 때) 너무 빠른 호흡은 안 좋더라고요. 상황이나 지문을 천천히 전달해줘야 하니까 속도 조절을 잘해야 하죠."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진영은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과장된 부분도 있다면서 솔직하게 웃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에요. 읽는 행위를 좋아하는데 빨리, 많이 읽진 않거든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저도 주로 유명한 책들을 읽기 때문에 아마 (그 책들을) 많이 보셨을 거에요. '독서광'이라고 와전돼있는데, 그건 팩트가 아닙니다. 너무 감사한 이미지이긴 하나 과장돼있는 거 같아요. 하하."
진영은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 잡고 싶다며 겸손을 표했지만, 실제로 그는 독서를 즐기는 아이돌 중 하나다. 차에서 이동할 때도 읽지만 주로 해외 스케줄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 했을 때 책을 읽는 편이다.
"비행기는 독서를 하게끔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돼있잖아요. 때로는 스케줄 중간중간에도 읽고, 자기 전에도 읽어요. 예전에 어떤 기사를 보니까 이순재 선생님이 '자기 전에 책 한쪽이라도 읽고 잔다'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도 그렇게 노력하시는데 저도 열심히 해야죠."
사실 진영이 처음부터 독서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책과 친해진, 특별한 계기를 고백했다.
"데뷔하고 나서 뇌가 붓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는 비슷한 패턴으로 일을 하잖아요. 프리랜서이고 계약직인데, 출퇴근이 없어도 스케줄 가면 일하고 메이크업 받고. 늘 비슷한 패턴으로 일을 하다 보니까 기계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찌 하면 바보가 안될까' 하던 찰나에 친구가 책을 권하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읽기 시작했죠."
그렇다면 낭독에 직접 나선 진영이 느낀 오디오북의 장점은 뭘까.
"평상시 책을 읽을 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거든요. 사람의 감각이란 게 오감, 육감도 있다고 하는데 눈으로만 보면 이해가 안될 때가 있어요. 눈으로 읽고 소리내어 읽으니 깊이 들어오더라고요. 읽을 때 느껴지는 디테일이 있어요.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는 게 확 와닿아서 좋은 거 같아요. (낭독자는) 혼자 읽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 입장에서 더 이해가 쉽고 간편하게 전달해야 하니 그런 점은 어려운 거 같아요."
'피노키오' 낭독을 앞두고 '어린 왕자'를 재생해봤다는 진영은 "팬분들 후기를 보니까 '밤에 들으면 잠도 잘 온다' 이런 얘기가 있었다.(웃음) 내가 들어봐도 잠이 솔솔 잘 오더라"며 "읽는 것은 물론 수면유도에 좋은 컨텐츠"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더불어 그는 "내가 뭐가 틀렸나 살펴보니까 아쉬운 게 있었다. 띄어 읽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라며 "요즘이야 스타일 자체가 자유롭게 바뀌는 시대라 정답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정답이 있을 거 아닌가. 거기에 엇나가는 게 귀에 거슬리더라. 그런 점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저는 오디오북을 전 세대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부모님들이 어린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하는데, 아이들이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듣다 자더라도 교육에 좋을 거 같거든요. 직장인들은 시간도 없고 일도 하고 멀티로 해야 하잖아요. 책을 귀로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으니까 참 좋은 거 같아요. 라디오랑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좋지 않을까요? 직접 한 번 들어보시면 장점을 더 분명히 알게 되실 거에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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