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형 대출 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이례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큰 데다가, 정부 정책에 따라 비중이 높아졌던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대거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이 도래하면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 후 6개월마다 변동)는 3일 기준 2.939∼4.139%로, 금리 하단이 2주 연속 2%대에 머물며 변동금리(3.237%∼4.437%)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는 3.19∼4.19%로 변동형(3.33∼4.33%)보다 최대 14bp(1bp=0.01%포인트) 낮고, 신한은행도 고정형 금리(3.23∼4.34%)가 변동형(3.23∼4.58%)보다 최대 24bp 낮다. 국민은행 역시 고정형 금리(3.26∼4.46%)가 변동형(3.60∼4.80%) 대비 34bp 낮다. 은행 입장에서 고정금리 대출은 앞으로 5년간 한국은행 기준금리나 시장금리가 올라간다고 해도 금리를 못 올리는 위험비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금리에 따라 주기적으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변동금리 대출보다 이자율이 더 높은 게 통상적이다.
이러한 기현상의 주요인 중 하나는 고정금리 하락이다.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2.180%까지 떨어져 지난해 9월 15일(2.179%)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금융채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변동금리는 올랐다. 최근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했다. 그 동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은행이 시장의 금리 상승 기대감을 선반영해 예적금 금리를 서서히 올리면서 코픽스가 꾸준히 상승했고, 이에 따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형 대출금리를 앞지르게 된 것이다.
금리 역전 현상은 한은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0.1~0.5%포인트 인상키로 하면서 변동금리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달 수신금리 상승세는 다음달 코픽스에 영향을 준다.
금리역전 현상은 5년 고정금리로 대출 받은 차주들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과 맞물려 가계 부담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은 2013년 말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자 금리 인상에 대비해 가계 상환부담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은행권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나면서 2013년 30.6%였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6년 49.3%까지 상승했다. 이렇게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이 내년부터 대거 변동금리로 전환되기 시작하면 그간의 시장금리 상승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취급 코픽스가 반영되는 변동금리 상품이라면 특히 금리가 오를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보통 3년 정도 지나면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거나 이사하면서 대출 상품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 영향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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