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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미국 저소득 흑인 명문대 입학 ‘신데렐라 스토리’는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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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미국 저소득 흑인 명문대 입학 ‘신데렐라 스토리’는 거짓

입력
2018.12.02 17:41
수정
2018.12.03 12: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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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주 소재 사립학교

허위 표창장ㆍ성적표ㆍ추천서로

명문대 입학사정관 속여 논란

TM 랜드리 칼리지 프렙의 학생이 명문대 합격 통지를 받고 기뻐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800만회 이상 조회수를 올리며 화제가 됐다. 인사이드에디션 방송 화면 캡처
TM 랜드리 칼리지 프렙의 학생이 명문대 합격 통지를 받고 기뻐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800만회 이상 조회수를 올리며 화제가 됐다. 인사이드에디션 방송 화면 캡처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구타 속에서 성장했지만 ‘밝고 활동적이고 인정 많고 다재다능한 학생’으로 그려진 한 흑인 학생의 대학 입학 원서는 명문대 입학 사정관들의 눈길을 끌만 했다. 영어와 수학에서 여러 표창장을 받은 이 학생이 학대 아동과 알코올 중독 부모들을 돕는 지역 봉사 프로그램도 만들며 솔선수범했다고 해당 학교 교장은 극찬했다. 미국 시골의 이 흑인 학생은 이런 내용의 지원서 덕분에 올해 뉴욕의 명문 세인트존스대학교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감동 사연은 모두 거짓이었다. 이 학생의 부친은 알코올 중독이 아니었고 봉사 프로그램을 만든 적도 없고 성적표에는 그가 수강하지도 않은 과목, 그가 받지도 않은 점수와 표창장들이 기재됐다. 학교 측이 가짜 성적표와 추천서를 통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다재다능한 흑인 학생’이라는 스토리를 만들어 인종적 다양성에 굶주린 명문대 입학을 노린 것이다.

이 학교는 최근 몇 년 시골 저소득층 흑인 학생들을 하버드, 예일, 코넬, 프린스턴 등 미국 최고 명문대에 진학시켜 미 전역에서 화제를 모은 루이지애나 소재 사립학교 ‘T.M 랜드리 칼리지 프렙’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학교의 학생과 졸업생, 학부모, 전직 교사 등 46명과의 인터뷰를 통한 탐사 보도를 통해 이 학교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거짓이었다고 최근 폭로했다. 특히 T.M 랜드리의 학생이 명문대 입학 통지를 받는 순간 급우들과 환호하는 장면을 담은 여러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크게 알려진 터라, 이 조작 파문에 미국 사회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흑인 학생이 명문대 입학의 기쁨에 열광하는 순수한 모습에 감동 받은 이들의 후원금도 곳곳에서 답지했던 터였다. 학교 설립자인 마이클 랜드리와 트레이시 랜드리 부부는 최근 2년간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흑인 문제아들을 명문대 입학생으로 탈바꿈 시킨 비결을 소개했고 일부 교육 전문가들로부터 새로운 대안 교육이란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NYT 인터뷰에서 마이클 랜드리 교장이 학생들을 때리고 목을 조르고 무릎을 꿇게 하는 등의 육체적 정서적 폭력을 행사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랜드리 교장과 한 교사는 학생 폭력으로 유죄를 인정해 보호 관찰을 선고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수업도 대부분 특별한 강의 없이 유튜브 강의를 보거나 시험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식이었다고 한다.

랜드리 교장은 자신이 하버드대 등 명문대 학과장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어 대학 진학을 도울 수 있는 동시에 자신에 반항하면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다고 학생들을 위협했다. 한 학생은 NYT에 “당시에는 우리가 올바른 일을 한다고 믿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광신적인 심리상태였다”고 말했다. 랜드리 교장은 해명 인터뷰에 학생들을 대동하고 나와 스스로를 개혁가라고 주장하면서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고 선창하자 학생들도 그의 주문대로 따라 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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