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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절대성 강조하는 이념 경향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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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절대성 강조하는 이념 경향 드러내

입력
2018.12.03 04:40
수정
2018.12.03 09: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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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교수, 역사비평에 논문

조선 송시열ㆍ南 이승만ㆍ北 김일성 비교

이경구 한림대 교수는 '무류를 지향한 이념의 명암' 논문을 통해 북한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짚어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경구 한림대 교수는 '무류를 지향한 이념의 명암' 논문을 통해 북한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짚어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자가 한국에 오면 ‘한국의 공자’가 되는 게 아니라 ‘공자의 한국’이 된다.” 널리 알려진 탄식이다. 수입 이데올로기를 맹신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이단으로 낙인찍고 배척하는데 열성적인 한국인의 기질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경구 한림대 교수가 최근 발간된 계간지 역사비평 겨울호에 ‘무류(無謬)를 지향한 이념의 명암’이란 논문을 실었다. ‘무류’란 오류가 없는, 절대적 순백의 이념세계를 뜻한다. 흥미로운 건 조선의 송시열을 기준으로 남의 이승만과 북의 김일성을 비교한다는 점이다. 시공간적 위치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무류’라는 키워드로 불러모은 것은 대내외 격변기에 나라를 다시 지었기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병자호란과 명나라 멸망을 봤음에도 송시열은 “주자의 일 점 일 획도 고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직접 쓴 ‘주자대전차의’, 제자 한원진이 쓴 ‘주자언론동이고’ 같은 것은 주자의 절대화를 위한 책이다.

저자가 보기에 이승만의 핵심 또한 그와 비슷한 서구중심주의, 구체적으로는 “개신교의 구원정신과 문명의식”이다. 실제 이승만은 1945년 11월 임정 환영대회, 1948년 국회 개회, 정부통령 취임 등 때마다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강조했다. 이런 이승만식 정교(政敎)이론은 4ㆍ19로 끝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이 증거다. “이승만-건국-기독교라는 삼각고리”의 실체를 보여줬다.

무류의 관점에서 북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오랑캐 청이 중원을 차지했다는 것 자체가 송시열에겐 큰 변고다. 그런 송시열이 품었던 “선각자적 책임감, 고뇌와 결단 등은 현대 혁명가와 흡사”하다고 봐야 한다. 북의 사회주의자들은 송시열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주자학의 보루이길 원한 송시열, 기독교의 보루이길 원한 이승만, 사회주의의 보루이길 원한 김일성의 행보는 그래서 서로서로 닮아 있다.

마지막 보루들은 늘 ‘마지막’임을 의식한다. 그래서 원산지에 대한 역습도 주저하지 않는다. “조선의 주자학자는 명의 풍조, 남한의 개신교 신자는 미국의 자유주의적 풍조, 북한은 사회주의자는 사회주의 본국의 변질을 적극 비판”한다. “유난히 절대성을 강조하고 때론 본국에서보다 더 교조화하는 한국의 이념 경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행태다.

여기까지라면 무류의 ‘암(暗)’이다. 그럼 ‘명(明)’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조선 후기에 북벌이 북학으로 드라마틱하게 전회”한 현상을 꼽는다. 송시열의 주자학 절대주의는 강력했으나 “상징적 의례에 국한됐고 공식적으로 표방되지는 않았다.” 무류 지향은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걸 훨씬 더 쉽게 해준다. 남한은 여러 소란 속에서 다원주의를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올해 치러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낙후된 현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한 것이 화제였다.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국가여서 오히려 변화는 더 극적일 수 있다. 이 교수가 북한의 행보에서 희망을 읽어내는 부분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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