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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회의실 마련ㆍ휴일엔 공연... 일본 동네 목욕탕의 생존 전략

입력
2018.12.02 15:24
수정
2018.12.02 19: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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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7분의 1만 살아남아

고속 인터넷망 갖춘 공유사무실

수제 맥주ㆍ차 제공 바로 변하기도

일본 젊은이들이 온천시설에 마련된 회의실을 이용하고 있다. 스카이스파요코하마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젊은이들이 온천시설에 마련된 회의실을 이용하고 있다. 스카이스파요코하마 홈페이지 캡처.

‘센토(錢湯)’라 불리는 일본의 대중목욕탕이 몸을 씻으며 피로를 푸는 공간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업무 및 공연장으로 변신하면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갈수록 손님이 줄고 있는 만큼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다.

온천시설인 ‘스카이스파 요코하마’는 지난달 시설 내부에 휴식과 공동사무실을 결합한 ‘쿠워크(KOOWORK)’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총 86석의 좌석에 노트북 사용과 충전이 가능한 테이블을 마련했다. 대형스크린과 화이트보드를 구비해 4~5명이 함께 회의할 수 있는 공간도 설치했다.

도쿄 요요기우에하라(代々木上原)에 오픈 예정인 ‘바스하우스(Bathhaus)’는 고속 인터넷망을 갖춘 공유사무실에 목욕탕과 수제맥주 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설치했다.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일을 마친 뒤에는 목욕으로 피로를 풀거나 맥주와 차를 마시면서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이들 시설은 텔레워크 등의 확산으로 업무 공간의 제약이 희미해지면서 외부로부터 차단돼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 목욕을 통해 심신을 편안하게 하면서 일하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오래된 대중목욕탕들의 변신도 잇따르고 있다. 17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1933년에 문을 연 도쿄 스기나미(杉並)구의 고스기탕(小杉湯)은 정기휴일을 활용해 예술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오래된 목욕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주민 교류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지난 10월 18일 현대무용수들이 목욕탕 벽에 그려진 후지산을 배경으로 공연을 펼쳤고 주민들은 욕조에 앉아서 박수를 치며 공연을 즐겼다. 탈의실은 공연을 마친 뒤 무용수들과 관객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교류하는 장소로 변모했다. 공연을 관람한 모리모토 사키(森本早紀ㆍ27)씨는 이 신문에 “그간 갖고 있던 대중목욕탕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며 “다음 공연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고스기탕을 3대째 운영하고 있는 히라마쓰 유스케(平松佑介ㆍ38)씨는 “2년 전부터 가업을 이어왔는데 휴일에는 목욕탕에서 라이브 음악회나 요가 강좌 등 행사를 열고 있다”고 했다.

도쿄도(東京都) 대중목욕탕업 생활위생동업조합은 올해 2월 ‘도쿄의 대중목욕탕’이라는 스마트폰앱을 만들었다. 도내 560여 곳의 대중목욕탕의 내부사진과 영업시간, 정기휴일, 각종 이벤트 정보 등을 소개하며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68년 전국에 1만8,000여 곳에 달했던 대중목욕탕은 지난해 약 2,500개로 급감했다. 도쿄도의 경우 1954년 약 2,200여 곳이 있었으나 현재 영업 중인 목욕탕은 560여 곳에 불과하다. 1963년 59.1%였던 가정 내 욕실 보급률이 2008년 95.1%에 달하면서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데다 경영자들이 고령화하면서 이를 물려 받으려는 이들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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