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맞으면 피해목 99% 감소
내년 예산은 86%나 줄어 당혹
“사람들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듯이 소나무에도 재선충병 예방주사를 놓으면 방제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산림청이 내년도 예산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예방주사비가 대폭 줄어들어 난감해 하고 있다. 한번 걸리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서 발생한 이 후 산림청과 지자체의 대대적인 방제노력으로 해마다 피해목이 감소하고 있지만 방제예산 축소 등 잠시만 한눈을 팔면 금새 피해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실제 예산축소로 인한 방제소홀로 2013년 소나무재선충병이 크게 늘었던 경험이 있어 이번 예산 감축은 산림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정부가 신청한 예방나무주사 예산은 17억원으로, 지난해 120억원에서 86%가 줄어들었다.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예산도 지난해 783억원에서 549억원으로 30%가 줄었다.
산림청 병해충방제과 윤찬균 사무관은 “갈수록 재선충병 피해가 줄고 있어 전반적인 방제예산 축소를 이해는 하지만 급격한 예방나무주사 예산 감축은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올해 4월 기준 전국 114개 시ㆍ군ㆍ구에서 69만그루로 집계됐다. 2015년 174만여 그루에서 2016년 137만그루, 2016년 99만그루로 해마다 감소추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발생지역은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말 기준 발생지역은 109개 시ㆍ군ㆍ구였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감소에 나무 예방주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5년 278만1,000여그루에 나무주사를 놓은 지역에서의 신규발생은 7,600여그루에 불과했다. 예방효과가 99.7%에 이른다. 2016년에는 629만8,700그루에 주사를 놓아 7,780그루로 예방률 99.88%, 지난해에는 1,603만3,300여그루를 주사해 7,280그루로 99.95%의 예방효과를 거뒀다.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나무주사는 건강한 나무에 미리 살선충약제를 주입하여 재선충이 침입하더라도 증식을 억제해 감염, 고사를 방지하는 것이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나무줄기에 지름 1㎝, 깊이 8~10㎝ 크기의 구멍을 뚫고 약제를 주입한다.
한 그루당 비용이 3,566원으로 한번 주입하면 2년간 효과가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후 방제목을 제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그루당 10만원)과 비교해 경제성이 무척 높다.
산림청의 올해 사업계획 면적은 5,000㏊. 소나무 재선충병이 새로 발생했거나 선단지(발생지 끝부분)의 이동으로 새로 예방주사가 필요한 곳이다. 주사는 선단지 주변 폭 50m의 소나무에 시행하는 것인데, 현재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금액은 712㏊분에 불과하다. 계획된 면적 중 나머지 4,150㏊분에 대해서는 추가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다. 산림청이 직접 수행하거나 지자체 보조를 통해 예방주사를 놓으려면 1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나무재선충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직접 제거하기 위한 매개충 나무주사도 필요하다. 매개충 우화 10~30일 전에 소나무에 약재를 주입해 매개충이 가지와 잎을 먹고 죽거나 알을 낳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확산을 박는 방법이다.
3월 15일부터 한달간 유효하며, 피해목 50그루 미만지역이나 피해지역 외곽에서 한, 두그루 피해목이 있는 경우에 유효한 방법이다. 특히 이 방법은 농약이 외부로 거의 노출되지 않아 다른 방제법보다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필요한 예산도 51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종건 산림보호국장은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저지하고 방제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예방나무 주사와 같은 사전방제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에 필요한 예산이 확보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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