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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선택] 막이 오르면 포복절도할 일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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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선택] 막이 오르면 포복절도할 일만 남는다

입력
2018.12.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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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엉망진창이 되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급기야 2층 무대 세트가 무너져 내린다. 신시컴퍼니 제공
점점 더 엉망진창이 되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급기야 2층 무대 세트가 무너져 내린다. 신시컴퍼니 제공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김호산 선재 이정주 손종기 고동옥 등 출연 

 헨리 루이스 등 극작ㆍ마크 벨 연출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가 제작한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이라는 연극을 보게 될 것이다. 극중극 형태로 연극이 전개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공연장인 세종문회회관 M씨어터 입구엔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 스태프 복장을 한 사람들은 로비를 돌아다니며 소란스럽게 극 준비를 한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뭔가 점점 잘못 돼 가는 연극’이라는 뜻이다. 제목처럼 이 연극은 시간이 갈수록 더 엉망이 되는데, 관객들은 이점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한 10분쯤 하고 나면 그 뒤에는 포복절도할 일만 남는다.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은 시작부터 뒤뚱거린다. 무대 세트가 잘못돼 문은 열리지 않고, 배우는 손바닥에 써놓은 대사를 커닝한다. 살인사건 피해자인 찰스 해버샴은 다른 배우들이 손을 밟고 지나다녀 ‘죽어 있는 연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음향 스태프는 과자를 먹다가 음악을 넣는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2부에 등장해야 할 강아지 윈스턴은 실종상태고, 극의 말미로 갈수록 제대로 된 무대 세트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망가지다가 급기야는 무대가 무너진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극중극 형태로 진행된다. 연극 속 연극인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에서는 무대 세트가 엉망이 돼 스태프가 소품을 들고 서 있는 등 악재에 악재가 더해진다.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극중극 형태로 진행된다. 연극 속 연극인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에서는 무대 세트가 엉망이 돼 스태프가 소품을 들고 서 있는 등 악재에 악재가 더해진다. 신시컴퍼니 제공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임기응변에 능하다. 다만 이 임기응변이 너무나 엉터리라는 점이 문제다. 대사를 잊어버리면 대사가 기억날 때까지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소품으로 써야 하는 연필과 수첩이 자리에 놓여져 있지 않으면 열쇠와 꽃병을 연필과 수첩이라 말하며 연기한다. 중간에 배우가 기절하자 아예 대본을 펼치고 읽는 대역 배우를 데려오기에 이른다. 당연히 연기는 엉망이다.

어디까지나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배우들이 ‘연기를 못하는 척 하는 연기’를 기막히게 잘 한다는 뜻이다. 최선을 다해 공연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 그 어설픔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덕에 관객들은 배꼽 잡고 웃게 된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한국 배우들은 1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무대에 섰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배우들은 '어설프게 연기하는 척 하는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다. 몸개그는 덤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배우들은 '어설프게 연기하는 척 하는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다. 몸개그는 덤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2012년 영국 런던의 한 작은 극장에서 고작 4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선보인 코미디 단막극이다. 입소문을 점점 타다 2014년 세계 공연의 중심 중 한 곳인 웨스트엔드에 정식 진출했다. 현재는 뉴욕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37개국에서 수출됐다. 영어 대사를 우리말에 맞는 언어유희로 잘 살려냈다. ‘니놈 은비 열한살 인마’를 듣고 관객들은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가, 극중 극 속 배우가 “네놈은 비열한 살인마”라는 대사를 잘못 말했다는 걸 알고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약 120분 동안 망가지는 아이디어가 쉼 없이, 끝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은 배우들이 대사를 까먹지 않고, 스태프가 실수하지 않고, 무대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명탐정 코난’에 버금가는 추리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연극이 ‘망했기 때문에’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관객들은 즐거울 수 있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2015년 올리비에상 최우수 코미디 연극상을 받았고, 지난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한국 공연은 원작 연출과 무대를 그대로 옮겨 왔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신시컴퍼니와 개관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제작했다. 2019년 1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된다. 

 강추 

즐겁고 유쾌하게, 연극 보다가 배꼽 빠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비추 

몸 개그를 비롯한 ‘영미권’ 유머코드를 즐기지 않는다면 유치하게 보일 수도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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