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철도 구간의 남북 공동조사에 참가할 전문가 28명을 태운 열차가 30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떠났다. 열차는 남북 철도 연결을 대비한 사전 조사를 위해 18일 동안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 2,600km를 돌게 된다. 남북이 60년 이상 끊긴 혈맥을 다시 이어 철길로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하기 위한 평화와 번영의 기적이 울린 셈이다.
우리 열차가 북한 땅을 달리는 것은 개성공단 건설에 투입됐다가 2008년11월 운행이 중단된 도라산-판문점 구간의 화물열차 이후 10년 만이다. 남북은 2007년12월 개성-신의주 구간에 대해 철도 현지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분단 이후 우리 열차가 두만강까지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철도의 현지 공동조사는 4ㆍ27 판문점선언과 9ㆍ19 평양공동선언의 성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유엔의 대북제재 면제 승인에 따라 착수가 가능했다. 유엔이 남북 간 협력 프로젝트에 사실상 대북제재를 면제해 준 첫 사례임을 감안할 때 남북은 차질 없는 공동조사를 통해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연내 철도 연결 착공식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은 교통망을 복구하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밝혔듯이 동해안과 서해안의 자원 및 교통벨트를 H자 형태로 구축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신성장동력을 제공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출발점이다. 장차 시베리아횡단철도나 중국횡단철도 등의 노선과 연결시켜 한반도의 경제 영토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는 핵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 노선으로 선회한 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해서도 절실한 인프라 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남북관계 발전이나 비핵화의 선순환이 없다면 본격적인 남북 경협은 기대할 수가 없다. 당장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본 공사도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연동된 대북 제재 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대담한 양보로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 물꼬를 트지 않고는 남북 공동번영의 열차가 질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내 답방 약속부터 지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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