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 주식은 연말까지 계속 거래할 수 없게 됐다. 또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주식거래 정지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30일 삼성바이오를 상대로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 판정을 받은 지난 14일 곧바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뒤 그 동안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 왔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 사태로 시장의 혼란이 상당한 점을 감안해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기업심사위원회는 법률, 회계, 학계, 증권시장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들은 12월31일(20영업일 이내)까지 삼성바이오의 상폐 여부를 가린다. 위원회가 상장 적격성을 유지한다고 하면 주식거래가 곧바로 재개된다. 그러나 개선기간(최대 1년)을 부여하면 개선기간이 끝날 때가지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이후 다시 한번 상장 심사를 받게 된다. 위원회가 볼 때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면 상폐를 결정할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선 상장 유지 결정을 받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6조원이 넘는 분식을 저지른 대우조선은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 다만 대우조선은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자본금 수혈을 앞두고 있었던 점이 감안됐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데다 실적도 튼실한 만큼 상장 유지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 위원회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감안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상폐시킬 경우의 파장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용범 증선위 위원장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동안 코스피 종목 중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 오른 기업 가운데 상장폐지를 당한 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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