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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 취할 권리? 인권 실현? 캐나다 마리화나 합법화 실험이 던지는 질문

입력
2018.11.30 19:00
수정
2018.12.01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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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흡연 카페에 가보니…]

열댓 명 손님들 흡연 “마리화나는 개인 취향일 뿐”

“합법화하는 게 오히려 안전” 시민들 반응은 긍정적

한국선 마리화나 흡연 문화예술인들 곤욕 치르기도

캐나다 밴쿠버의 마리화나 흡연 카페인 뉴 암스테르담 카페에서 한 고객이 티셔츠를 구매하고 있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캐나다 밴쿠버의 마리화나 흡연 카페인 뉴 암스테르담 카페에서 한 고객이 티셔츠를 구매하고 있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뉴 암스테르담 카페. 작명은 적확하다. 이미 70년대에 대마(마리화나)를 비범죄화하고, 2001년 동성혼을, 2002년 안락사를 합법화하며 호모사피엔스의 관습을 바꿔나간 네덜란드. 유럽 프로그레시브의 수도가 암스테르담이라면, 신대륙의 뉴 암스테르담은 마땅히 캐나다 밴쿠버여야 한다. 10월 17일 세계 두번째(처음은 우루과이)로 마리화나를 전면 합법화한 나라, 그 중에서도 지난 100년간 마리화나 금지와 그에 대한 저항의 중심이었던 밴쿠버에서, 손꼽히는 마리화나 흡연 카페는 이 이름을 가졌다.

마리화나 피우는 카페

22일 오후 2시 뉴 암스테르담 카페에선 흡연 용품을 사가거나 커피를 주문해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베이퍼 바(Vapor Bar)로 불리는 지하층에는 열댓 명의 손님들이 유리 물담뱃대를 공유하거나 종이에 말아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 분위기는 힙하다. 팝아트와 그래피티, 너른 원목 테이블…. 마리화나와 함께 커피나 샌드위치, 머핀 등을 먹으면서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거나, 노트북 컴퓨터를 펴놓고 할 일을 한다. 특유의 마리화나 냄새와 자욱한 연기만 빼면, 스타벅스의 오후 풍경과 다를 게 없다.

“오늘은 꽤 조용한 편이네요. 낮에는 그렇지만, 저녁엔 꽤 붐벼요.” 이미 분주히 움직이고 있던 카페 점원이 말했다. 4명의 점원이 1층과 지하층을 오가며 주문을 받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1층에 구비된 흡연용품과 티셔츠 등을 판매하느라 사실 말 붙이기도 힘들었다. 오후 3시가 가까워오자 손님들이 북적인다. 젊은 층이 주였지만 중노년층도 눈에 띈다. ‘북미 최고의 흡연 카페’를 자처하는 이 곳은 안락한 마리화나 흡연 장소였다. 이런 마리화나 라운지는 밴쿠버의 명소가 된 지 오래다.

밴쿠버 뉴 암스테르담 카페의 흡연 바 입구. 지하층 베이퍼 바는 성인만 출입이 가능하며 자신이 가져온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밴쿠버 뉴 암스테르담 카페의 흡연 바 입구. 지하층 베이퍼 바는 성인만 출입이 가능하며 자신이 가져온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스스럼 없는 흡연 풍경이 지난달 마리화나 합법화의 결과라면, 오해다. 뉴 암스테르담 카페는 이미 2000년부터, 경찰 단속에 시달리기는커녕 단골에게 쿠폰 적립까지 해주며 번창했다. 점원은 “1층 카페에선 평일은 오후 5시 이후부터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고, 지하 바는 입장료 5달러를 내면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 역시 합법화 이전부터 운영돼 온 방식이다. 베이퍼 바는 성인만 출입할 수 있고, 대마는 자기가 가져와야 한다.

얼핏 봐서 캐나다는 달라진 게 없다. 합법화 이전에도 늘 그렇듯 사람들은 마리화나를 피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밴쿠버시 내에는 스타벅스(50개)보다 2배나 많은 불법 마리화나 판매점이 있다. 특히 마리화나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건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재임한 지난 3년 사이 마리화나는 본격적으로 양지로 나왔다. 요식업협회인 ‘레스토랑 캐나다’는 마리화나 식품 세미나를 열었고, 대학들은 마리화나 사업, 투자, 유통, 재배 등에 대한 강의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마리화나 라운지(카페)에서는 대마 재배법, 대마 크림 제조법 강좌가 열리고, 마리화나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가 생겼다.

합법화 이후에도 늘 그렇듯 정부는 느리게 움직였다. 밴쿠버가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살 수 있는 오프라인 판매점은 밴쿠버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캠루프스에 하나뿐이다. 대마 판매와 재배 면허 수백건이 공무원들의 책상 위에서 대기 중이다. 퀘벡주에는 정부의 공식 마리화나 판매점이 12개가 있지만, 공급량이 턱없이 달려 합법화 9일만에 목~일요일만 영업을 하는 것으로 개점시간을 단축했다. 일주일 내내 문을 열 정도로 공급이 원활해지려면 앞으로 몇 달은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술 규제하는 것과 같은 것”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여요. 사기 쉬워진 것도 아니고, 한동안 블랙마켓이 성행하겠죠. 그러나 20종, 100종쯤 되는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걸 보세요. 5년 전만 해도 그냥 마리화나였는데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은 분명 합법화의 효과죠. 앞으로 연구도 활발해질 겁니다. 마리화나의 작용이나 해악에 대해 잘 알게 되겠죠.”

미국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을 취득해 밴쿠버에 거주하는 메리 줄코프스키는 마리화나 신봉자였다. 그가 마리화나를 즐기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대마 종류에 따라 효과가 다른데, 어떤 것은 에너지를 넘치게 하고, 사회성을 좋게 해 모르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잘 하게 해 줍니다. 요가할 때 긴장을 완화하고 유연해지도록 하기도 하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잠도 더 잘 자게 합니다. 마리화나 사용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일 뿐이에요.”

밴쿠버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호의적이었다. 지방, 보수층, 노년층,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선 반대 의견을 좀 더 쉽게 들을 수 있겠지만, 밴쿠버는 그렇지 않았다. 밴쿠버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합법화는 좋은 것”이라고 즉답했다. “더 이상 숨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마리화나 합법화는 알코올 규제와 같은 겁니다. 불법화하면 오히려 범죄가 되겠죠.” 흡연도, 육식도 하지 않는 키요미 오카베는 “10대의 마리화나 흡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고등학생들이 불법이어도 어떻게든 마리화나를 하는 상황에선 합법화하는 게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마리화나에 익숙하고 관대하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42.5%가 마리화나를 피워본 경험이 있다. 최근 석달 내 마리화나를 이용한 사람 비율은 16%다. 캐나다 마리화나 시장은 65억달러(한화 약 5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범죄수익에서 정부 세수로

마리화나 사용은 술과 담배처럼 개인 선택의 문제라는 주장에는 분명 코카인과는 다른 ‘약한 마약’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술과 담배가 합법이라고 해서, 또 하나의 마약을 합법화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트뤼도 총리도 처음부터 합법화(Legalization)를 주장했던 건 아니다. 그저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비범죄화(Decriminalization)를 염두에 뒀다. 네덜란드 방식에 가깝다. 그 생각을 바꿔놓은 이는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 켈리 쿨터다. 그는 15일 뉴욕타임스 주최로 밴쿠버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대마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그 뒷이야기를 밝혔다.

“2012년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 수백명이 모인 대회가 열렸는데, 트뤼도는 합법화에 전혀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었어요. 그는 몬트리올의 한 국회의원일 뿐이었지만, 스타 정치인이긴 했죠. 몇몇 운동가들이 아주 심각해졌어요. 미래의 당대표가 비범죄화에 사로잡혀 있다니. 우리는 재빨리 움직였습니다. 운 좋게도 트뤼도와 면담을 잡을 수 있었어요.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이건 금주법과 같은 겁니다. 만약 알코올이 처벌대상에서 제외되기만 됐다면 알 카포네(미국 금주법 시행 당시 주류 밀거래로 큰 돈을 번 마피아)는 엄청 좋아했을 겁니다. 합법화해야 범죄조직으로부터 자금을 빼낼 수 있다고요. 정치적으로 아주 설득력 있는 전략이었습니다.”

월 15일 밴쿠버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뉴욕타임스 '대마 토론회'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와 뉴욕타임스 취재 기자들이 마리화나 합법화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약 200명의 청중이 입장권을 구매하고 참석했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월 15일 밴쿠버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뉴욕타임스 '대마 토론회'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가와 뉴욕타임스 취재 기자들이 마리화나 합법화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약 200명의 청중이 입장권을 구매하고 참석했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합법화는 수조원대 시장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게 한다. 잘만 하면 막대한 세수가 확보된다. 이 점은 트뤼도 정부의 주요한 홍보 포인트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를 찬성의 이유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밴쿠버 시민 록산 헤이커트는 “마리화나는 이용하지 않지만 합법화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사람들은 수십년 동안 마리화나를 했어요. 그렇다면 그 막대한 수익을 범죄조직에게 안겨주기보다 정부가 관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너무 로맨틱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 돈이 홈리스나 싱글맘들을 돕는 데 쓰인다면 좋은 일이죠.”

“인권과 사회 정의의 문제”

90년대 에이즈 치료제의 부작용에 시달리던 환자들에게 의료용 마리화나를 배달하는 일을 시작한 힐러리 블랙은 1997년 캐나다 최초의 의료용 마리화나 회사인 ‘캐네디언 컴패션 소사이어티’를 창설했다. 그는 “경찰이 총구를 머리에 겨누는” 경험도 했고, 일군의 지지자들로부터 “만약 경찰이 너를 체포하려고 하면 우리가 사슬을 묶든지, 단식투쟁이라도 할게!”라는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마리화나 합법화는 마리화나 산업화, 범죄수익 근절 이상의 의미다. 그는 15일 토론회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는 인권의 문제이고 사회 정의의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잊었나요? 지난 8월 말레이시아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환자에게 제공한 사람이 사형 선고를 받았죠. 미국의 47세 남성은 마리화나 2대 분량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13년째 복역 중이에요. 이제 선진국 연방정부가 마리화나 금지를 종식시키는 것은 바로 이 전쟁을 종식시키는 시작점인 겁니다.”

여기엔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다. ‘마약과의 전쟁’이란, 처벌 강화와 엄격한 법 집행으로 요약되는 정부의 마약 퇴치 사업이다. 애초에 1971년 미 닉슨 대통령이 발의했으나, 1986년 캐나다 벌로니 총리(미국에선 레이건 대통령)가 이를 되살려 정치 이슈로 삼았다. 하지만 블랙이 지적한 대로 전과자를 양산해 경력을 망치고 과도한 처벌로 인권 논란을 일으켰다. 또 실질적으로 마약 중독을 치료하거나 해악을 줄이기 위한 사회보건서비스와 공공 교육은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빅토리아대에서 마약 관련 법∙정책을 가르치는 수잔 보이드 교수는 마약 단속의 역사를 다룬 저서 ‘버스티드(Busted)’에서 “(마약 사용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주사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일을 불법으로 지정해 금지한 이후 오히려 에이즈 감염률이 높아진 것처럼, 마약 금지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꼴이었다”며 “마약 범죄화는 수십억 달러짜리 실패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마리화나를 피워도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마약을 해도 죽을 병에 걸리지 않도록, 시민으로서 권리를 차별 없이 누리도록 돕는 일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자구와 저항의 역사는 1969년 토론토대, 욕대의 학생∙교수 5,500명의 마리화나 합법화 청원 이래 50년 가까이 이어졌다. 1997년엔 밴쿠버마약사용자단체(VANDU)가 발족, 감염 등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마약 주사 공간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는 마약 주사 공간인 인사이트가 2003년 생겼고 이를 폐지하려 한 보수정권의 시도는 2007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 경찰의 곤봉과 전과기록을 무릅쓰고 이런 운동을 벌여온 이들에게, 2018년 마리화나 합법화는 그래서 승리의 역사다. 자부심의 이유다. “우리는 믿기 어려운 엄청난 성공을 막 이뤄냈습니다. 지금은 그 많은 운동과 로비, 그 모든 피와 땀, 눈물에 대해 축하할 시간입니다. 나는 이 나라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용감하고 대단한 일을 해낸 겁니다.”(힐러리 블랙)

마리화나 합법화는 약에 취할 권리를 주장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아니었다. 마약 중독자에 찍힌 낙인을 제거함으로써 논의를 공론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약의 위험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사회, 마약 이용자들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한 거리에서 영업 중인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점과 마리화나 흡연 용품점. 의료용 마리화나는 캐나다에서 2001년 합법화됐고, 2018년 10월 기호용 마리화나까지 전면 합법화됐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캐나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한 거리에서 영업 중인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점과 마리화나 흡연 용품점. 의료용 마리화나는 캐나다에서 2001년 합법화됐고, 2018년 10월 기호용 마리화나까지 전면 합법화됐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인권이란

여전히, 심하게 말해 마약 중독자를 차별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과연 우리가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은 누구까지일까. 이것이 바로 캐나다의 실험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2004년 일부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이 일었을 때 가수 고(故) 신해철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마리화나 금지의 문제는) 연예인들의 활동을 금지시키고 목숨줄(생계)을 끊어놓는 압박도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연예인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인간쓰레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을 그렇게 추악한 모습으로 만드는 것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군사정권은 마리화나 흡연자에게 ‘인간쓰레기’ 낙인을 찍어 사회구성원으로서 똑같이 대우할 권리를 박탈했다. 그러나 과거 캐나다에서 그랬듯이 처벌 자체가 중독을 치료하거나 해악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마리화나 합법화(비범죄화)는 이런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토록 낙인을 제거하자는 것이지만, 그 자체가 불결하게 취급된다. “그래서 마약을 하라는 거냐”는 반박은 토론을 시작부터 가로막는다.

사형 집행이 논란이 되고, 범죄자라도 이름과 얼굴을 가려줄 만큼 인권이 확장된 21세기에도, 이 같은 낙인과 차별은 무수하다. 학생인권조례가 ‘임신,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담았을 때, “10대에게 임신과 동성애를 부추기는 거냐”는 항의가 불 같이 일었고 채 진화되지 않았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그토록 많은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미혼모의 출산에 대한 지원은 오래도록 외면됐다. 하지만 생계와 육아의 덫에 빠진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세금을 투입하면 안 되는 걸까? 임신한 10대가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우면 안 되는 걸까? 마리화나 흡연자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고민하는 것은, 미혼모가, 동성애자가, 임신한 10대가 존중받고 보호받을 권리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 가능하다. 어떤 것이 우리가 보장할 인권에 속하는가, 우리는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 한국 사회는 이런 질문에 직면해 있다.

반세기의 논쟁 끝에 마리화나 합법화에 다다른 캐나다의 길과, 마리화나 사용이 아직은 소수인 우리의 길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논의의 과정은 분명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시험한다. “(합법화가)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싸우고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화내지 않고, 의견이 다르니까 너는 바보라고 말하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라면 이미 절반은 달성된 것 아닐까요.” 신해철은 이렇게 덧붙였다.

“캐나다에서 좋은 마약, 나쁜 마약의 개념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었다. 수십 년 간 사회적으로 용인되다가, 범죄가 되었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의해 규정된다.” 보이드 교수의 글에서 ‘마약’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는 많다. 여기에 추가되는 단어가 그 사회의 한계를 규정할 것이다.

밴쿠버=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m

[마리화나에 대한 몇 가지 진실]

1. 한국에서 마리화나 재배 운송 소비는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마리화나가 합법인 나라에서 흡연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2. 마리화나의 반복적 사용은 기억력, 집중력, 사고능력, 학습능력, 감정조절, 판단력 등 뇌기능을 떨어뜨리고 기관지 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조현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3. 마리화나는 흔히 담배보다 중독성이 낮다고 일컬어지지만, ‘중독성 없는 마약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청소년기 마리화나를 접한 경우 더 쉽게 중독된다는 통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뇌의 전전두엽 발달은 25세까지 진행되므로 청소년층은 마리화나 사용을 피하도록 권고한다. 캐나다에서도 미성년자가 마리화나를 이용하거나 미성년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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