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조치가 실제로 진행될 경우 일본 정부가 이에 맞서 일본 내 한국기업의 자산을 압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측의) 압류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면 대항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조치가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한국 대법원의 잇단 판결에 맞서 강경한 대응 수단을 밝힘으로써 한국의 양보와 대응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 유엔 국제법 위원회가 2001년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손해와 균형을 이루는 조치’를 인정하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양국의 보복에 대한 응수라기 보다 어디까지나 한국 정부의 대응을 기본노선으로 하면서 한국 측을 뒤흔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국무총리실 주도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명확한 시한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이 배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내 법원을 통해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를 밟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전날 대법원 판결 직후 담화를 통해 “(한국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라는 관점에서 국제재판 및 대항조치를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한 배상판결이 나온 지난달 30일 판결 당시엔 ‘대항조치’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 고노 장관은 전날 대항조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의 수를 밝히는 것은 삼가겠다”면서 “그런 사태가 되기 이전에 제대로 시정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산케이(産經)신문도 이날 대항조치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 한국을 제재할 수 있는 법률 제정도 포함해 생각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 언급을 인용 보도했다. 일본 내 한국 자산을 압류하기 위한 일본 내부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제징용과 관련해 12건의 소송이 계류돼 있는 만큼 일본 정부는 향후 자국 기업 70여 개사에 대해서도 배상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역 앞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설명하는 집회를 열었다. ‘나고야미쓰비시(名古屋三菱) 조선여성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데라오 데루미(寺尾光美) 공동대표 등은 이 자리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을 수용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인정된 금액을 지불하라”고 주장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