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동포 간담회서 “김 부총리 함께” 즉흥 언급
청과 갈등설 속 퇴진하는 김 부총리 향후 행보 관심
“아르헨티나의 모든 동포 여러분의 가정에도 순풍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호텔에서 열린 현지 동포 간담회에서 이렇게 발언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설이 끝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곧이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한 분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G20 재무장관 회의가 곧 열리기 때문에 아마 곧 이 자리를 떠나시게 될 것 같아서 소개해 드립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동포들의 박수가 다시 터져 나왔다.
사전 준비됐던 원고에는 없던 즉흥 발언이었다. 교체가 예정된 김 부총리를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챙기고 예우한 셈이다. 대통령 격려사까지만 듣고 회의 참석을 위해 일어서려던 김 부총리는 간담회에 참석했던 동포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 부총리는 지난 9일 교체가 확정됐다. 이미 후임 홍남기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비판을 멈추지 않는 등 최근 들어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불명예 퇴진, 사실상 경질 등의 해석이 분분했다. 경제사령탑으로 예우했으나 배신감을 느꼈던 청와대 참모진과는 여전히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사실상 마지막 해외출장인 김 부총리를 해외동포 앞에서 콕 집어 언급함으로써 그를 다시 한 번 배려했다. 문 대통령 특유의 용인술이었다. 김 부총리가 이런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퇴임 후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도 여의도 정가에선 관심을 갖는 주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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