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해협 항해ㆍ관세 압박에도… 중국 “협력만이 공영” 정면대응 자제
미중 정상 간 ‘무역전쟁’ 담판이 목전에 다가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철회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대중 강공 기조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 덕택에 미국에 수십억달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관세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내고 싶지 않다면 공장을 미국에 지으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를 과거 어느 때보다 부유하게 만들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담판을 앞두고 강경한 자세로 나온 반면, 중국은 사태 해결을 위해 몸을 낮추고 있다. 분쟁 해결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거듭 미국에 보내는 한편, △대만해협 군함 파견 △중국의 자동차 관세 비난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대응을 삼가고 있다. 일정 부분 양보를 하더라도 무역 갈등이 추가로 악화하는 상황은 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중국은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내달 1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를 동원해 미중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해외판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는 협력이 필요하고 협력만이 공영할 수 있는 길”이라며 “전 세계가 미중 양국의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래리 커들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중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어렵더라도 이익의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표적 관변학자인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열린 태도는 칭찬받을 만하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8일(현지시간) 미중 양국의 상대국 생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각각 27.5%, 40%로 큰 차가 나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에 해를 끼치는 중국의 정책은 특히 자동차 관세에서 지독하다”고 비난했다. 전날엔 미 해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강행,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가 최근 선거에서 참패한 것과 상관없이 현 대만 정부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우에 따라 대중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은 정면대응을 자제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산 자동차 관세율과 관련, “7월 1일부터 25%인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자발적으로 15%로 내렸지만 무역 마찰로 인해 미국산 자동차를 관세 부과 리스트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무역전쟁이 타결되면 관세가 15%로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해서도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중미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ㆍ안정에 해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만 말했다. 대만 문제가 영토 주권에 속한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지난 21일 미 핵추진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을 허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갈등 수위를 조절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때마침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는 추가관세를 위협하고 있지만 무역전쟁 장기화가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최종적인 합의에 이를 때까지 몇 달간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겉으로는 강경 일변도이지만 미국도 내부적으로는 타협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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