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선공약 거론하며 與 압박… 한국당도 “원칙적 공감” 태도 바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다음주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본격화한다. 연동형 비례제에 부정적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이 사실상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막혀있던 정치개혁 논의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2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세월 선거제도 개혁의 발판을 다져온 민주당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내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친자 확인을 해주신다면 정개특위 속도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한 달여 남겨두고 여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명시한 적이 없다”는 논리로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당초 연동형 비례제를 바탕으로 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고리로 우회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선제적으로 입장선회를 밝히면서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선거제도 개편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심 위원장의 간담회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난 20여년 동안 일관되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선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해 왔다”면서 “연동형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연동형 배분 방식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야3당의 공세에 따른 역풍 우려와 함께 G20 참석 차 출국하면서 선거제 개편에 협조를 요청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사실상 방향을 튼 것이다. 그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었던 한국당 지도부도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연동형 비례제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이날 양당의 입장 선회로 선거제 개혁 논의가 가까스로 탄력을 받게 됐지만 의원정수 확대라는 난제는 여전하다. 현재 정당지지율로 선출하는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수의 약 16%에 불과한 47석이다. 비례성 강화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려면 지역구의석을 축소하거나 전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지만 거대 양당은 정수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윤 총장은 이날도 “국민 여론에 따라 정수가 유지되는 안에서 개혁안이 도출되길 희망한다”면서 “전체 의원수를 늘리는 문제는 국회 차원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데다 당 일부에선 오히려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심 위원장은 이날 의원 정수 확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호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국민 여러분께 한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뗀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5,000만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 국회의원 1인이 17만 명을 대표하는 체제는 대표성에 많은 한계가 있다”면서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냉소적 표현의 깊은 곳에 더 좋은 정치를 위한 기대와 지지가 있다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당을 향해서는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면 지역구 의석 축소에 대한 결의를 해야 한다”며 “이 정도를 하지 않고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면 그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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