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메시지로 군인들 유혹
미성년자인 척 속여 금품 갈취
교도소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데이트앱에 접속, 누드 사진을 주고받는 수법으로 데이트 상대의 돈을 뜯어낸 미국 죄수들이 연방정부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의 사기 행각으로 미 전역에서 사기 음란채팅으로 외로움을 달래려던 군인 400여명이 망신을 당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온라인 음란물 사기를 계획한 이들은 크리스틴 나이트(28)와 데스티니 비숍(21) 등 미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한 교도소 동기들. WP가 소개한 범행 수법은 이렇다. 감방 안에서 젊은 여성으로 가장한 이들은 우선 스마트폰으로 데이트앱이나 사이트에 접속해 적합한 ‘사냥감’을 골랐다. 이성과 떨어져 지내는 군인이 주요 희생양이 됐다. 이들은 로맨틱한 메시지로 유혹한 뒤 자신의 사진이라며 누드 사진을 전송했다.
젊은 여성이라고 믿은 상대방으로부터 도발적 메시지를 받은 상대는 자신의 누드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여성과의 데이트를 꿈꾸던 대부분 미군 장병은 며칠 뒤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는다. 사설탐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범인 일당이 “당신에게 누드 사진을 보낸 이는 미성년자이고 지금 남성 누드 사진을 본 충격에 정신병 치료를 받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가족들이 장례식 비용을 원한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돈을 요구했다.
미 수사당국은 범인들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군인 442명으로부터 56만달러(약6억원) 이상을 갈취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출소한 나이트와 비숍을 포함한 주범 5명은 최근 체포됐으며 일당 15명도 기소됐다. 수사당국은 외부에 조력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이들도 250명을 넘는다. 미 육군 관계자는 WP에“명예를 중시하는 군인들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군에 수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알리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인들이 범죄의 주된 타깃이 된 이유를 분석했다.
일부 여성들도 희생양이 됐다. 한 수감자는 군복을 입은 건장한 군인의 사진을 도용해 데이트사이트에 올린 뒤 여성들을 유혹했다. 주로 자신을 오랜 파병생활 때문에 홀아비가 됐으며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태가 됐다며 여성들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여성들이 직접 만나기를 원하거나 전화통화를 원하면 “긴 파병 기간 때문에 곤란하다”는 식으로 거절했다고 군 수사당국은 설명했다.
군 수사당국이 범죄의 단서를 찾은 건 최근 몇 년 전부터 각지의 미군 부대로 돈을 떼먹고 연락을 끊은 장병들의 신원을 확인해달라는 여성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 이에 미 육해공군과 주 법무당국은 지난해 초 ‘서프라이즈 파티팀’이라는 특별수사팀을 출범시켜 수사를 진행해 왔다. 크리스토퍼 그레이 미 육군범죄조사사령부 대변인은 WP에 “여전히 이런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면서 “전쟁 러브스토리가 현실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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