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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리베로’ 여오현, 7,000개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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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리베로’ 여오현, 7,000개를 받아냈다

입력
2018.11.29 18:00
수정
2018.11.29 18: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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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서 보낸 18년 불혹의 나이… 전인미답 리시브 대기록 

현대캐피탈 여오현. KOVO 제공.
현대캐피탈 여오현. KOVO 제공.

코트 바닥에 온몸을 내던지며 가장 많이 뒹굴어야 한다. 배구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리베로(수비전문 선수)의 숙명이다. 리베로는 직접 공격할 수 없지만 리베로의 손끝에서 공격이 시작된다. 상대편 공격수의 날카로운 서브와 내리찍는 듯한 강스파이크를 온몸으로 받아내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올려줘야 한다. 블로커나 수비수를 맞고 굴절된 공을 코트 밖까지 가장 멀리 뛰어가 살려내는 일도, 세터가 미처 공을 배분할 수 없을 때 즉석에서 세터로 변신해 공격수에게 공을 올려주는 2단 토스도 모두 리베로 몫이다. 코트를 종횡무진 가장 열심히 뛰지만 ‘잘해도 티가 안 나는’ 대표적인 포지션이다.

현대캐피탈 리베로 여오현(40)이 그랬다. 여오현은 지난 27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역대 최초로 ‘리시브 7,000개’를 달성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리시브 6,000호 달성(2015~16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당시 박빙의 경기가 진행된데다 같은 팀 외국인 선수 파다르가 ‘3게임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하면서 그의 대기록은 가려졌다. 기록 작성 축하 행사는 물론,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 멘트도 따로 없었다. ‘섭섭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여오현은 “경기 중엔 몰랐는데 경기 끝나고 지인에게 축하 문자 하나가 와 있길래 (기록 경신 사실을) 알았다”면서 “섭섭함은 전혀 없다”면서 웃었다.

현대캐피탈 여오현. KOVO 제공.
현대캐피탈 여오현. KOVO 제공.

여오현만큼 ‘역대 1호’ ‘사상 처음’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 선수도 드물다. 대전 중앙고와 홍익대를 거쳐 지난 2000년 삼성화재에 리베로로 입단했다. 2006~07시즌 리시브 1,000호를 가장 먼저 달성한 이후 7,000호(현재 7,012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리시브 관련 역대 기록은 여오현이 새로 작성 중이다. 디그의 경우 1,000호와 2,000호는 최부식(40) 현 대한항공 코치에 이어 두 번째로 도달했지만, 2009~10시즌 작성한 ‘3,000 디그’부터 현재(4,738개)까지 묵묵히 ‘1호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역대 2위인 최부식 코치의 기록(리시브 4,696개ㆍ디그 3,891개)은 물론, 현역 선수들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어 그의 기록은 한동안 깨지기 힘들다. 지난해에는 실업ㆍ프로 통산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역시 최초 기록이다. 2011년까지는 태극 마크를 달며 ‘월드 리베로’로 이름을 알렸고, 2013년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후에도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팀에 10년 만의 챔피언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현대캐피탈 여오현. KOVO 제공.
현대캐피탈 여오현. KOVO 제공.

올해 불혹의 나이인데도 리시브 부문 3위(효율 54.1%, 점유율 26.4%)를 기록하며 팀 우승 목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디그는 팀 후배 함형진(23)과 나눠 맡으면서 기록이 조금 더디다. 어린 선수들과 코트에서 겨루기 위해 2년 전부터 식단 관리와 함께 필라테스까지 병행한다. “필라테스를 통해 유연성도 많이 좋아졌고 순발력도 꾸준히 유지되는 것 같다”는게 여오현의 몸 관리 비법이다.

‘8,000 리시브는 언제쯤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여오현은 “기록 달성에 대해 목표를 세우기 보다, 아직까지 코트에서 서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오현은 “되돌아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다”면서 “올 시즌에도 부상 없이 팬들에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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