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폰 늘며 보험사들 경쟁 가열
불완전 판매 문제로 불만도 많아
최근 자신의 스마트폰(갤럭시노트8)을 길에서 떨어트린 A(28)씨는 금 간 화면을 고치러 수리점에 갔다 액정 교체 비용이 23만원이란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 매달 4,800원씩 내는 휴대폰 분실ㆍ파손 보험(휴대폰 보험)에 가입한 터라 자기부담금 5만8,000원만 내고 나머지는 보험으로 보상을 받았다. A씨는 “고작 휴대폰을 고치는데 월급의 10분의1을 쓸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스마트폰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분실이나 파손에 대비한 휴대폰 보험 시장도 커지고 있다.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29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보험 가입자 수는 2013년 500만6,000명에서 2015년 773만6,00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보험업계는 가입률을 30% 정도로 보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가입자 수는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고가 폰이 속속 출시되면서 휴대폰 보험 가입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초 출시된 아이폰XS 시리즈의 가격은 최고 200만원에 달한다.
휴대폰 보험은 매월 1,000~9,000원을 내면서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파손했을 때 기기값과 부품비 일부를 보상받는 상품이다. 통상 휴대폰 구입과 동시에 가입이 이뤄진다. 통신사가 보험사와 단체보험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고, 피보험자인 개별 사용자가 통신사에 보상을 신청하면 통신사가 이를 다시 보험사에 재청구하는 식이다.
보험업계는 휴대폰 보험 시장 규모가 5,000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은 70~80%를 오가고 있는데, 사업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폴더블폰(접는 스마트폰) 개발 등 스마트폰이 첨단화하면서 비싸질수록 보험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완전판매 문제는 극복해야 한다. 최초 가입 때 소비자에게 보장 범위와 기간 등 설명이 불충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상 때 다른 보험 상품들에 비해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 수리비가 소액일 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적잖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은층에게 휴대폰 보험은 생애 처음으로 가입하는 보험이 될 수 있어 보험업에 대한 인식을 좌우한다”며 “금융당국이 상품 판매부터 보상과정까지 공정성 여부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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