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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아는 엄마 기자] 시들해진 방과후 과학실험

입력
2018.12.01 1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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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업무가 한창인 오후 2시 전후 초등학교 정규수업은 끝난다. 천방지축 아이를 좀 더 학교에 붙잡아두기 위해 방과후학교를 애용한다. 학기 말이 되면 곧 닥칠 방학과 다음 학기 방과후학교 참가 신청서를 내고, 추첨 과목과 대기자 명단을 기다리곤 한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방과후학교 시간표를 뽑아 아이에게 내밀고 나면 큰일을 치러낸 듯 안도감이 밀려온다.

방과후학교 ‘인기 과목’은 신청 학생이 몰린다. 과학실험은 주요 인기 과목 중 하나다. 아이는 매 학기 과학실험을 신청했고, 운 좋게도 추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 전 과학실험 학부모 참관수업을 한다길래, 마침 대체 휴무일이라 참가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딴판이었다. 학생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고, 참관하러 온 엄마도 나를 포함해 2명뿐이었다. 참관수업 날 학생과 학부모로 북적거리는 교실에서 담당 교사가 정신없어 하던 2, 3년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방과후학교 과학실험이 시들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아이들이 방과후에 교실에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생에겐 과학실험보다 영어 수학 논술이 더 중요하다는 게 대다수 학부모의 인식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방과후학교 대신 학원 차량에 오른다. 우리나라 대학입시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학부모들의 결정이 잘못됐다 비판하기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과학교육 콘텐츠의 한계에 있다. 여러 차례 학부모 참관수업에 가서 본 과학실험은 하나같이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기기나 현상에 숨은 과학 원리와 개념을 교사가 설명한다. 잘 이해했는지 혹은 외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문제를 풀기도 한다. 그런 다음 아이들이 주어진 교구로 배운 내용과 관련된 간단한 실험이나 만들기를 직접 해보는 식이다.

초등학생 수준에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교실에서 가능한 실험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과학 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실험 교구를 비교적 저렴한 방과후학교 수강료 내에서 사야 하기 때문에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은 더욱 제한된다. 그렇다 보니 여러 학기 동안 방과후학교 과학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일부 유사한 내용을 반복해서 배우게 된다. 물고기나 버섯을 두세 번 키우게 되고, LED 조명이나 손전등, 수제 비누도 몇 개씩 생긴다. 지루해지고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과학실험을 해보고 싶은 아이들은 그래서 또 학원으로 간다. 하지만 사설 학원들이 과학실험을 가르치는 방식도 공교육의 방과후학교와 별로 다르지 않다. 수업 중 진행하는 실험에 좀 더 비싼 재료나 교재를 사용하고, 학부모에게 종종 개별 상담을 해주고, 아이에겐 숙제를 내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무슨 기준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과학실험을 ‘수준별’로 구분해 반을 나누는 학원도 적지 않다.

틀을 정해놓은 교재 속 실험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교과서와 참고서에 적혀 있는 개념과 원리를 암기하는 식의 과학교육은 이후 중고등학교로도 이어진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과학에 지쳐간다.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선택하고 싶지 않은 과목이 된다. 대학에 가면 이공계가 아닌 이상 학생들은 굳이 과학을 찾지 않아도 된다.

과학을 꼭 이렇게 배워야 할까. 정해진 실험을 따라 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실험을 설계해보면 논리성과 창의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오류를 인정하고 실패를 받아들이는 데도 익숙해질 터다. 자연법칙이나 첨단기술 원리를 누구나 이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연법칙을 알아낸 과학자의 삶이 어땠는지, 첨단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좋고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과학의 가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모든 학생을 위한 대학 과학교양교육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교육은 원리와 방법보다 의미와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실험할 줄은 몰라도 실험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는 건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과학상식보다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발표에 공감했다. 틀에 박힌 과학교육에서 벗어나야 우리 아이들 중에서 세상을 바꿀 과학자가 나올 것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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