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말기 부산과 마산 일대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내려진 계엄령과 위수령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마항쟁 계엄ㆍ위수령의 적법성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1979년 10월 부마항쟁 때 유언비어를 퍼뜨린 혐의(계엄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던 김모(64)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씨는 당시 “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거나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났다”는 말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군사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가, 2015년 부마항쟁 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부산ㆍ마산 일대 민주화 요구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했던 경찰력이 중과부적으로 당하자, 군대를 투입하려 부산에 비상계엄령, 마산ㆍ창원에 위수령을 선포했다. 계엄령은 헌법 효력을 일부 중지하고 군사력으로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고, 위수령은 경찰력으로 대응이 어려운 경우 군대를 주둔시켜 지역 경비를 맡기는 것이다. 계엄령은 법률(계엄법)에 근거조항을 가지지만, 위수령은 대통령령(현재는 폐지)을 근거조항으로 한다.
당시 발령된 계엄령ㆍ위수령에 대해 부산고법은 “국민의 표현 자유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군사상 필요성이 있는 상태에서 공포된 것이 아니라 위법ㆍ무효”라고 판단했다. 위법ㆍ무효인 계엄ㆍ위수령에 따라 기소된 경우라 당연히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검찰이 “계엄령은 통치행위라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유환구 기자 res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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