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공무원노조가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희생만 강요하는 일방적 조직개편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조직개편폐기를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갖고 거리에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29일 오후 3시 도교육청 정문앞에서 조합원 6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집회에 이어 거리행진을 통해 전남교육청을 포위하고 조직개편안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는 결의대회를 통해 일반직공무원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개편안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새로운 개편안을 마련할 것을 장석웅 교육감에 요구했다.
장 교육감은 지난 23일‘전라남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편안은 본청과 직속기관의 3담당관 13과 62팀을 4담당관 11과 57팀으로 축소하고, 시ㆍ군 교육지원청에 학교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처럼 조직개편안이 시행되면 본청 서기관 5개 자리가 사라지고, 본청의 전문(교원)직 인력은 6명 줄어드는 데 반해 일반직은 47명이 감축될 예정이다.
장 교육감은 본청과 직속기관의 사업ㆍ인력을 축소, 시ㆍ군 교육지원청에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 학교와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는데 목적을 두고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조는 장 교육감이 강조한 학생과 교실중심 교육실현을 위한 조직개편의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일반직 희생만 강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안 중 보건업무를 교육과 행정으로 분리하는 것을 놓고 일반직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반직 직원들은 “조직개편 자리를 놓고 일부 전문직들이 비밀회동을 하는 등 일반직을 머슴으로 알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노조도“학교보건법 시행령에 명시된 보건교사의 직무가 명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업무를 보건과 행정으로 이원화해 일반직들에게 보건행정 업무를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전교조 활동에 적극적인 보건교사들이 전교조 전국위원장 출신의 장 교육감을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이처럼 조직개편안에서 촉발된 일반직들의 불만은 일반직 4,450명 대 전문직 1만5,000명 간의 대립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실제로 앞선 27일 입법예고 기간에 법제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조직개편 관련 의견은 무려 3,145건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조례안 의견이 많아야 수십건 접수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그 만큼 조직개편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며 대부분 접수된 의견들은 학교 보건교사의 직무와 학생 안전 관련 업무를 일반직에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집회에 참여한 일반직 A씨는“행정직들이 그동안 불만없이 교원들의 업무를 보조했는데, 처음으로 최대규모의 단체행동을 벌이는 것은 조직내부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절박한 심정이다”고 털어났다.
이광용 노조 사무총장은“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일반직 대상으로 공청회나 토론회 등 갈등요소를 완화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며“특정집단의 근무여건만 개선하는 조직개편 철회를 위해 앞으로 도의회 의원들도 접촉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직개편 조례안은 법제심의위원회 검토 후 30일쯤 전남도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조직개편안은 다음 달 10일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18일 본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극심한 내부 갈등 탓에 의원들도 조례안 처리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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