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탈원전은 단기간 이뤄질 수 없어…60년 내다보는 것”
체코 원전 건설 한국 기업 참여 문 대통령 세일즈도
“우리는 계속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고 얘기하시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탈원전이라고 얘기하셔서 이게 약간 논란이 되거든요.”(기자)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맞습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
“그러면 지금 청와대는 탈원전 정책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기자)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60년을 내다보고 진행을 하는 것이고, 우리 정부에서는 원전 자체의 비중을 일부 줄이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에너지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탈원전은 저희가 지금 현재 할 수도 없고, 단기간에 이뤄질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표현으로 꼭 좀 써주셨으면 합니다.”(고위 관계자)
28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프레스센터에서 한ㆍ체코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선 이런 질의 응답이 오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를 만나 체코의 원전 건설 추진 시 한국 기업 참여를 요청했고, 바비쉬 총리가 “한국의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브리핑이 나오면서 질문 공세가 뜨거워진 것이다. 청와대는 원전 없는 시대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은 6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나, 야당과 보수언론 등이 탈원전 정책으로 몰아붙이며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해외 원전 수출이 모순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탈원전은 60년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며,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이유에는 좁은 국토에 밀집된 원전으로 인한 안전성을 고려한 한국적 상황이 있다"며 "에너지 전환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의 얘기"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애초 체코의 추가 신규 원전 건설 입찰이 시작되지도 않은 만큼 굳이 떠들썩하게 원전 세일즈를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체코 정부가 향후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ㆍ관리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 추가 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췄다” 등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며 원전 수주 지원전에 나섰다.
바비쉬 총리도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다른 나라 원전 건설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준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면서도 “바라카 원전 사업의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은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위 관계자는 “바비쉬 총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됐지만 원전 추가 건설 추진 의지를 확실하게 밝혔다.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체코 원전사업에 대한 양 정상 간 상당한 이해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이 모순 가득한 탈원전 정책이라며 뭇매를 맞고 있지만, 결국 2020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체코 원전 수주 경쟁에서 성공한다면 에너지 전환과 원전 수출 양날개를 축으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프라하=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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