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필간구라 광산 가 보니
여의도 162배 넓이로 세계 최대
포스코, 개발사 지분 4.75% 보유
2020년부터 공급선 안정적 확보
“국내ㅐ 배터리 분야 시너지 극대화”
호주 서부의 항구도시 포트 헤드랜드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붉은색 땅에 하얗게 반짝이는 거대한 광산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최대 리튬 광산 중 하나인 필바라 필간구라 광산이다. 여의도 면적의 162배(470㎢)에 달하는 이 광산의 리튬 원광 매장량은 2억2,600만톤에 달한다.
포스코는 올해 2월 필간구라 광산 지분을 100% 보유한 광산개발 전문업체 필바라 미네랄스의 지분 4.75%(약 650억원)를 인수하고 리튬 정광(정제 광석) 장기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연간 최대 24만톤의 리튬 정광을 이 곳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은 최근 수요가 폭증하면서 ‘백색 황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찍부터 리튬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했던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리튬 추출 기술(PosLX)을 독자 개발했다. 소금물을 자연 건조해 리튬을 생산하는 기존 방식은 양질의 리튬을 얻는 수율이 50% 미만이었지만 포스코는 이를 80%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폐전지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추가하고, 이번에 리튬 광산 물량까지 확보하면서 포스코는 안정적인 리튬 공급 및 생산 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한때 ‘실패한 자원 개발’이라는 공격을 받던 포스코 리튬 사업이 최근 ‘미래를 내다본 성공적 투자’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 21일 방문한 필간구라 광산에선 리튬 원광 채굴이 한창이었다. 철광석 채굴과 마찬가지로 드릴로 촘촘히 땅에 구멍을 뚫은 뒤, 그 속에 폭약을 집어넣고 터뜨려 한 번에 10m씩 300m 깊이까지 서서히 파내려 간다. 이렇게 채굴된 리튬 원광은 리튬 함량이 1% 수준에 불과해 지름 30㎜ 이하로 잘게 부수는 ‘분쇄 공정’을 거친다. 이후 원광 성분의 밀도 차이를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비중선별’, ‘부유선별’ 등 공정을 거치면 리튬 함량 6%의 정광으로 제품화된다. 이를 국내로 들여와 포스코가 자체 기술력으로 전기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탄산ㆍ수산화리튬을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켄 브린스덴 필바라 미네랄스 대표는 “고품질의 리튬 정광에 포스코의 기술력을 결합해 고부가 제품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배터리 제조기업들의 활약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 물량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포스코가 이들 기업의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연간 33만톤의 리튬 정광을 생산한 필바라 미네랄스는 내년 말부터 생산량을 연간 5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필바라 미네랄스와 합작해 2020년 전남 광양에 연산 3만톤 이상 규모의 탄산ㆍ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을 세우고 이를 국내 주요 이차전지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가 안정적인 리튬 공급원을 확보하면서 국내 배터리 양극재 분야와 연계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게 됐다”며 “리튬은 포스코의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바라(호주)=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