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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사실상 일당체제 국가지만… 국회 ‘민의 반영’ 시스템 날로 쑥쑥

입력
2018.11.29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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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 베트남 정치의 변화 

 

 형식적 권력 분점 색채 빠지고 

 국민 눈높이 맞춰 국회 내실화 

 당ㆍ정부 추진 사업에 제동 걸기도 

 

 논란 되는 사안 국회에서 다루고 

 의회ㆍ정부 주요 직위자 신임투표 

 일거리 늘어나면서 존재감 확대 

지난달 실시된 베트남 국회의 주요직 인사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응우옌 푸 쫑(가운데)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왼쪽은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오른쪽은 응우옌 티 낌 응안 국회의장. VNA 캡처
지난달 실시된 베트남 국회의 주요직 인사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응우옌 푸 쫑(가운데)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왼쪽은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오른쪽은 응우옌 티 낌 응안 국회의장. VNA 캡처

베트남은 중국, 북한과 같은 부류의 나라로 분류된다. 사실상 공산당 일당체제의 사회주의 국가라는 공통점 탓이다. 하지만 과거엔 그들과 동색이었을지언정, 지금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 베트남을 장기간 연구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집권당 대표에 해당하는 당서기장, 행정을 총괄하는 총리, 입법부를 이끄는 국회의장 등 형식적 권력분점이 개혁, 개방과 경제성장 그리고 그에 따라 높아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내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호 견제ㆍ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국회가 있다.

 ◇존재감 과시 국회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입법부인 국회. 이 곳의 의원 정수는 총 500명이다. 5년마다 국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꾸려지며, 투표는 각 후보자에 대한 지지여부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출마 후보자가 ‘배지’를 달기 위해서는 순위도 순위지만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후보자가 1위를 했더라도 과반의 표를 받지 못했을 경우 해당 선거구에서는 당선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집계된 의원 수는 13명이 모자라는 487명이었는데, 비리 혐의 등으로 중도 낙마하거나 애초부터 당선자를 내지 못한 선거구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출범, 내년에 반환점을 도는 14대 국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되는 토론이다. 지난 21일 막을 내린 여섯 번째 정기회의에서는 재적의원 93.2%의 찬성으로 반부패법 개정안이 채택됐다. 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공직자 재산에 대해 45%의 세금을 부과하려던 행정부의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지 영문 매체 베트남뉴스는 “출처가 불분명한 재산을 규정하는 문제를 놓고 의원 간 논쟁이 일었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법안으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재산에 세금을 매길 경우 부정 축재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다는 우려가 높았다.

국회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국회가 제동을 거는 경우가 요즘 부쩍 늘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토론이 격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가 관계자는 “가깝게 지내는 한 의원이 ‘요즘 국회의원 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고 토로할 정도로 국회 일이 늘고 있다”며 “결국 확대되고 있는 국회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의 수렴ㆍ반영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베트남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이 국회에서 가감 없이 다뤄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6월 정기국회에서 부결된 ‘경제특구법’이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경제특구 토지임대기간을 최대 99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중국이 최종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로 반중 여론을 확산 시킨 바 있다. 주 베트남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민의가 수렴된 국회의원들의 발언들이 힘을 받고 있다”며 “총리와 관계 장관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두툼한 자료집을 들고 국회를 찾는가 하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의 경우 총리가 직접 국회에 나서 정책 설명까지 했다”고 전했다. 예년에 비해 국회의 기능이 확대됐다는 뜻이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국회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의회와 정부 주요 직위자 48명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푸엉 쑤언 냐 교육부 장관이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지난 7월 있었던 대학입학 부정시험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험관리 감독관이 사태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다. 베트남은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다.

이 외에도 정부 재정 부족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공립학교에까지 올해부터 학비를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교육 환경도 교육 담당 장관이 최하위를 기록하는 데 한몫했다. 베트남 사회학 박사인 이계선 하노이 탄롱대 교수는 “2013년 처음 이뤄진 고위직에 대한 신임투표는 당시 베트남 사회에서 충격이었다. 그러나 점차 자리를 잡았고, 이 같은 평가 시스템의 존재 사실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견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국회 신임투표 결과. 김문중 기자
베트남 국회 신임투표 결과. 김문중 기자

 ◇정치, 베트남 개혁 페달 될까 

베트남 국회는 국회조직법에 따라 회기 3년 차가 끝나기 전에 국회에서 승인한 직위의 인사 48명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이번 평가는 3번째로 실시됐다. 투표는 ‘불신임’ 없이 신임의 정도를 상, 중, 하로 나눈 것에 불과하지만 당사자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이 응옥 탄 전 국회사무처장은 “유일한 여성 각료인 응우옌 티 낌 티엔 보건부장관은 1, 2차 평가에서 최하 점수를 받았지만, 이번에 신뢰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낮은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이것이 신임투표의 목적”이라고 현지 매체 다이부 년영에 말했다.

김용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력서열 1위의 응우옌 푸 쫑 당서기장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권력서열 2위의 국가주석직까지 꿰차면서 분점됐던 권력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총리와 국회의장이 힘을 합친 집단지도체제와 합의 정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근 주석의 권력 장악력이 커진 중국과는 크게 대비된다”며 “실질적 의회 기능을 하기 시작한 베트남 국회가 베트남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른 분화의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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