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빈 방문… 국왕과 면담
일대일로 협력 공식 요청하며
유럽 내 ‘우군’ 확보에 총력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전쟁 담판을 앞두고 스페인을 방문해 외교전에 시동을 걸었다. 자유무역 수호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협력을 끌어냄으로써 유럽 내 우군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 측이 ‘일대일로’ 참여를 거부, 외교적 환대 이외의 실질적 성과는 얻지 못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매체들은 28일 시 주석이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27일(현지시간) 오후 전용기 편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해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우선 마드리드의 사르수엘라 왕궁에서 필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을 만나 자신이 두 번째 국가주석 임기를 시작한 뒤 첫 유럽 방문임을 강조한 뒤 “중국과 스페인이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한 문제를 지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특히 스페인이 유럽 내 일대일로의 핵심 전략기지가 되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양국은 일대일로의 틀 내에서 경제ㆍ무역ㆍ관광 등의 분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스페인이 중국과 유럽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증진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필리페 6세 국왕은 “스페인은 중국과의 수교 이래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지지해왔다”면서 “중국과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고 여러 문제에서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도 만나 양국 간 공동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시 주석의 이번 스페인 방문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내달 1일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하기에 앞서 유럽 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부채 위기에 시달리는 스페인에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선물 공세를 폄으로써 일대일로에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실제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주석의 스페인 방문 기간에 제3자 시장 진출과 서비스ㆍ무역ㆍ관세ㆍ문화ㆍ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양해각서(MOU) 체결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시 주석의 스페인 방문으로 세계화ㆍ다자주의에 대한 양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인하고 중국의 개방형 세계 경제 수호 의지도 공유할 것”이라며 일대일로가 유럽 대륙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스페인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스페인 총리실 당국자는 시 주석 방문 직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아시아와 연결되는 자체 이니셔티브가 있으며 이 구도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면서 “우리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가 말한 유럽 이니셔티브는 지난 9월 유럽연합(EU)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해 내놓은 ‘유러피언 웨이’ 구상을 의미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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