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기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69)가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온라인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와 여러 차례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영국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마지막 만남은 2016년 7월 위키리크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측의 이메일 수천건을 폭로하기 4개월 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트럼프 캠프의 공모 의혹 등을 파헤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수사가 최근 매너포트의 ‘협조 약속’ 파기로 난항에 빠진 가운데, 매너포트와 어산지 비밀 회동 사실이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매너포트는 2013년과 2015년, 2016년 3월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을 각각 방문해 망명 생활을 하던 어산지를 만났다. 어산지는 2012년 6월 에콰도르 정부에 망명 신청을 한 뒤, 지금까지 7년째 이 곳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가디언은 두 사람의 회동 이유, 논의 내용 등은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에 대해 매너포트와 어산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돈세탁, 금융사기 등 혐의로 뮬러 특검의 ‘1호 기소 대상’이 돼 현재 수감 중인 매너포트는 성명서를 내고 “어산지나 그의 주변 인물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위키리크스 관련자와의 직ㆍ간접적 접촉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위키리크스도 “어산지와 매너포트는 만난 적이 없다”는 트윗을 올렸고, 어산지 역시 “사기극”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디언이 전한 당시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2013년 첫 만남 때 에콰도르 정보기관이 작성한 내부 문건은 매너포트를 ‘유명 인사’로 적시했고, ‘러시아인’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2016년 3월 회동에 대해 한 소식통은 “40분간 지속됐고, 매너포트는 카키색 바지와 밝은색 셔츠를 입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여권을 제시하고 보안 요원한테 등록하는 통상의 방문 절차와는 달리, 이 때의 만남은 아무 기록도 남지 않았다.
가디언은 “러시아군 정보총국(GRU)이 해킹한 뒤 위키리크스에 넘겨 촉발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ㆍ클린턴 캠프 이메일 폭로’ 사태의 전말을 설명할 새로운 단서가 되는 것”이라며 “뮬러 특검의 관심을 끌 만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연결고리로 지목돼 온 매너포트는 2개월 전 개인 비리를 인정하는 대신 ‘전적으로, 정직하게’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특검은 전날 법원에 낸 서류에서 “매너포트가 합의를 깨고 거짓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